경제·금융

연금개혁 올바른 이해를

국민연금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도입된 이래 단계별 확대과정을 거쳐 99년 4월 도시지역 확대를 끝으로 `전국민 연금시대`를 열었다. 짧은 기간 동안 외형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있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향후 여건변화에 따라 보험료 대비 급여수준을 적정하게 수정ㆍ보완해 나갈 것을 전제로 보험료는 적게 내고 연금급여는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해 시행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금재정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99년부터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하향조정했지만 여전히 내는 보험료에 비해 받는 급여의 수준이 높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출산율 저하와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연금재정의 불안정 문제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각계 전문가로 국민연금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1년 이상의 연구와 토론과정을 거쳐 보험료는 조금 더 내고 받는 연금은 다소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제도를 두번씩이나 바꾸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을 시행해 오고 있는 상당수 국가들이 제 때 개혁을 하지 못해 후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을 전가시키고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보아왔다. 다만, 이들 국가의 경우는 여건이 나은 편이었다. 제도 확대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인구고령화가 완만하게 진행돼 개혁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또한, 앞세대들이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간접 경험하였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도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와 연금제도의 성숙이 동시에 매우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적기에 개혁하지 못할 경우 향후 연금재정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노동계는 현행 급여수준 60%를 유지하고 2008년 재정추계를 다시 해서 급여수준과 보험료율을 결정하자며 압박하고 있다. 재계도 기업부담을 이유로 보험료율을 동결하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인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따라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이해와 양보 속에 합의점을 찾아 재정계산 실시 원년인 금년 중 반드시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미루면 미룰수록 계층간, 현세대와 미래세대간의 이해관계로 개혁의 실마리를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불신으로 인한 미참여 안타까워 지난 95년 농어촌지역에 연금이 실시된 이래 현재 약 44만명이 연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대개 5년 동안 모두 127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불입하고 매달 11만원 가량의 특례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직감적으로 보아도 낸 것에 비해 매우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공단에서는 최근 농어촌 지역의 몇 개 마을을 대상으로 현재 60세가 넘은 사람중에서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조사한 바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주위에서 연금을 받는 사람을 부러워 하며 당시 일시불로 받거나 아예 가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이 후회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주로 제도에 대한 불신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납부예외자로 있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민연금제도를 탐탁치 않게 생각해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이다. 법에 의한 의무가입은 반감을 줄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 파생하는 이득은 상당히 많다. 사보험과 같이 판촉비용이 들지 않고 영업이윤을 남기지 않으며 세대간 부양기능도 있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또한, 국가에서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물론 앞으로 제도가 개편되면 앞에 든 수급사례와 같은 높은 혜택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투자대비 효과면에서 여전히 가장 경제적인 노후대비 수단임은 분명하다. 요즘 우리사회의 제1 화두는 `고령화`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령화사회의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 국민연금은 도도히 흘러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민연금은 세대에 걸친 영속적인 제도로 계층간ㆍ세대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제도다. 따라서 계층ㆍ세대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갈등과 반목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고 조언하고 비판하는 태도가 절실한 때다. <장석준(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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