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실은 로켓은 발사 선언부터 시작된 떠들썩한 준비과정과는 반대로 10분 남짓만에 바닷속으로 사라졌으며 발사에 쓰인 비용 8억5,000만달러도 물속에 사라졌다. 정확한 실패 원인을 알려면 잔해의 수거 완료 후 분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측의 발표에 따르면 로켓은 이날 오전7시38분55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됐다. 하지만 2분15초 만에 폭발로 추정되는 로켓 동체 분리가 일어났고 발사 후 약 10분 만인 7시48분02초에 모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2ㆍ3단 본체는 3조각, 1단 추진체는 17조각으로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사한 로켓은 당초 북측이 제시한 필리핀 인근 해상까지 비행할 것으로 추정돼왔다. 북측의 발표대로라면 로켓의 1단 분리체는 변산반도 서쪽 140㎞ 해상에, 2단 분리체는 필리핀 동쪽 190㎞ 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로켓은 두 개로 분리돼 각각 태안반도 부근과 군산 서쪽 바다에 떨어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단은 분명히 분리가 돼서 떨어져 나갔다고 보는데 조금 더 날아간 후 사라져버렸다"며 "(로켓이) 북측 해역은 분명히 벗어났다"고 말했다.
발사 실패의 원인은 잔해 수거 등을 거쳐 평가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게 100㎏의 광명성 3호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도록 1단 로켓의 추진력을 무리하게 높인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추진체 분리에 성공했던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이후 북한의 로켓 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국방연구원의 백승주 박사는 실패 원인과 관련, "동창리에 새로 건설된 발사대 등 발사시설의 결함과 추진체 분리 기술 결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은 로켓이 발사된 지 1분 남짓 후인 7시39분49초에 세종대왕함을 통해 발사사실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발견이 늦어진 데 대해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로켓이) 수평선 위로 올라오자마자 세종대왕함이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 순간을 감지하지는 못한 셈이다.
한편 해군은 로켓의 잔해가 서해상에 떨어진 것을 확인한 후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해군은 서해 공해상은 평균 수심이 70~100m로 부피가 큰 것은 충분히 수거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워낙 넓은 해역이라 물속에 잔해가 있으면 건져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해군은 이날 해상 및 해저 지뢰를 전문으로 탐지하는 소해함 4척을 현장에 파견했다. 이 함정에는 수중의 금속물을 탐지하는 '사이드 스캔 소나'가 탑재돼 있다. 음파탐지기를 갖춘 초계함 등 함정 10여척도 바닷속 금속물질을 탐지하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또 해군특수부대인 해난구조대(SSU) 소속 심해 잠수사와 잠수사 이송장치, 심해잠수구조정(DSRV)을 갖춘 청해진함도 수색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50m 아래에 가라앉은 북한 반잠수정을 찾아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