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돌고 돌아 정홍원 총리 유임… 청문회 제도 이대론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정 총리가 4월 27일 사의를 표명한 후 두 달 동안 문창극·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잇따라 낙마한 데 따른 '고육책'이자 '미봉책'이다. 청와대는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사전검증과 인재발굴을 상설화하기로 했다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 야당의 비판대로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조차 못 찾는 '무능정권'이라는 비판과 함께 앞으로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이번 조치와는 별개로 국회의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쇄 낙마한 두 총리 후보는 변호사 수임료의 적정성 여부나 역사인식 논란 등 개인 신상 문제 때문에 자진 사퇴했다. 관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두 후보 모두 인사청문회에서 소명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여론의 압박에 밀려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인격살인'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는 여론재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신상털기식으로 검증이 진행되면서 인사청문회 제도의 존재가치가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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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인사청문회의 모범답안으로 거론하는 미국은 도덕성에다 평판까지 개인 신상의 모든 부분을 백악관과 국세청이 나서 수개월 동안 사전에 철저히 검증한다. 의회에서 공개되는 인사청문회는 당연히 공직 후보자의 정책수행 능력에 집중된다. 물론 200년 된 미국식 제도와 14년짜리 우리 제도를 수평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여야의 노력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협의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임명직이든 선출직이든 공직 후보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명예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섣불리 공직 후보가 됐다가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까발려지고 일방적으로 매도된다면 누가 그 자리에 나서려 하겠는가. 사회 전체적으로도 고위공직에 나설 만한 인재들을 사장(死藏)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직 후보로 나서는 일을 꺼리게 하는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대국적 차원에서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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