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부드러운 길

제4보(45~68)


장쉬의 백54는 가장 강경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흑55가 놓이자 더 이상 강경하게 둘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56으로 모양을 정비하고 서둘러 60으로 실속을 차렸는데 흑67이 대세점이 되어 중원의 주도권이 완전히 흑의 손아귀에 넘어가 버렸다. 도코의 일본기원에 있던 조선진 9단(1999년에 본인방을 차지했던 그 조선진)은 백54가 공연한 강경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부드럽게 대응할 자리였다.”(조선진) 그가 제시한 부드러운 길은 참고도1의 백1로 가만히 젖히는 것이었다. 흑2면 가만히 3으로 넘어두고 흑4로 따낼 때 백5로 날아오른다. 백9까지의 절충이 예상되는데 상변을 백이 차지한 결과이므로 실전보다는 백이 괜찮다는 것이 조선진의 주장이었다. 축머리가 유리하다고 백이 4의 자리(참고도1에서)에 기어나오는 것은 흑이 축머리로 좌하귀를 폭파하는 수단이 있으므로 백의 무리. 청소년 기사들 사이에는 백7(역시 참고도1에서)로 참고도2의 백1에 강습하는 수가 유력해 보인다는 주장이 잠시 제기되었다. 그러나 흑이 2에서 6까지를 선수로 두고 8에 달리면 백이 도리어 거북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장쉬도 참고도1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흑이 상변에서 선수를 뽑아 좌하귀에 선착하는 것이 싫어서 포기했다고. 실전은 어쨌든 백68로 다부지게 지키는 데 손이 돌아왔으므로 백도 그런대로 희망을 품어 볼 수 있는 바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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