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 주력품목 편중 심화

수출이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상품에 의존하는 수출주력품목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 수출구조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우리 경제가 이미 뼈 아프게 경험했던 지난 95년 이후 주력품목의 국제가격 하락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폭 심화와 기업 채산성·재무구조 악화, 부도 증가,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등 부작용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들어 수출이 위축돼 경상수지 흑자 폭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편중에 따른 부작용이 재연될 경우 우리 경제는 회생이 불가능한 악순환 구조를 타게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품목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 등 산업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98년 1월부터 11월까지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5대 주력 중화학공업의 수출은 445억6,400만달러로 전체수출의 36.9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3년까지 30%안팎에 머물던 5대 중화학공업제품의 전체 수출에 대한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면서 지난 95년 39.24%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 편중현상이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지난 98년중 환율 하락에 따른 물량 위주 수출로 이들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거나 전년대비 감소세를 줄어 편중현상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이들 품목중에서도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져 수출구조도 더욱 취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96년 악몽의 재현= 지난 95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의 화두는 연착륙(SOFT LANDING)이었다. 93년 99억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가 94년에는 38억달러 적자로 돌아서고 95년에는 85억달러로 적자가 확대되는 와중에서도 경기과열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외환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한지 불과 2년전인 95년 아무도 위기를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수출 호조로 무려 3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시절이었다. 국내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돈이 되는 사업에만 달려들었다. 반도체와 철강, 조선, 유화업종 투자가 늘고 자동차 신규진출도 있었다. 그 결과 전체 수출에서 5개 중화학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년 40%가까이 차 올랐다. 그러나 여기서 발목이 잡힐 줄은 누구도 몰랐다. 96년 경상수지 적자가 갑자기 237억달러로 불어났다. 수출이 부진한게 주요인. 전년보다 3%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출물량이 95년보다 28.7%나 증가했지만 수출단가가 평균 1.8%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간판수출상품인 반도체가격은 60.4%나 폭락했다. 다른 주력품목의 국제가격도 모조리 하락했다. 적자 폭 확대는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체질을 약화시켰다. 무역수지 적자는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외국 빚이나 외국인직접투자로 메워졌다. 수출편중현상이 넓게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구조적 악순환 고착 우려= 96년부터 다소 개선돼 가던 편중현상이 다시 악화되고 있음은 우리경제가 구조적 악순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주력품목 수출가격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올라도 문제다. 지난 94, 95년에도 기업들은 돈이 되는 부문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집중적으로 중복투자했지만 결과는 투자비 회수는 커녕 투자가 완료되기도 전에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결국 기업 재무구조 악화와 연관산업 부도 증가, 개인 파산, 구매력 감소, 내수부진, 생산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금융권 부실 증가도 뒤따른다. ◇대안= 물론 악몽과 악순환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출단가가 워낙 국제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98년중 반도체 수출가격은 95년수준의 8.5%에 불과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반도체 등으로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당분간 편중현상도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영(鄭琪榮) 삼성금융연구소장은 『그래도 가격 변동이 일어날 경우 경제기반이 그대로 붕괴될 수도 있다』며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산업구조 조정, 수출품목의 다변화,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온기운(溫基云) 연구위원은 두가지 측면의 산업 정책을 강조했다. 폭(다변화)과 깊이(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추구하자는 것. 산업·수출품목 다변화와 같은 품목이라도 고부가가치화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신산업과 하이테크만 중시해서는 안된다』며 경공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섬유와 완구, 신발산업 등을 사양산업으로 볼게 아니라 디자인와 제품 혁신으로 고급화해야 한다는 것이다.【권홍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