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탈출/김동기 고려대 교수·경영학(특별기고)

◎감량 경영보다 주력업종 전문화로 돌파해야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둔화된 6.4%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침체현상을 보이자 경제계는 각종 탈불황전략을 수립, 집행하고 있다. 소위 불황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탈불황전략은 감량(Down Sizing)이며 그 핵심 내용은 감원과 경비절감에 있다. ○너도나도 “명퇴불안” 감원은 조기 명예퇴직제도라는 이름 아래 자발적으로 퇴사를 시키는 방법인데 기업체들은 법정퇴직금과 근무연한에 비례하는 특별퇴직금을 가산지급하는 인센티브 제공으로 자진퇴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명예퇴직제도는 회사측과 남아 있는 임직원측 모두에게 만족보다는 불만족을 더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회사측에서 보면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각종 노동관계법이 노조에 가입해 있는 종업원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노조원인 과장·대리급내지 과장급이상을 주로 해고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정작 회사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회사에 남고, 있어 줬으면 하는 유능한 종업원과 간부들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가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또한 남아 있는 사원들이나 간부급 경영관리자들도 언제 감원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일손이 잡히지 않아 업무의 능률이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요즘 감원과 관련해 「러시안 룰렛」이라는 새로운 법칙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가 1백명의 종업원을 80명으로 줄여서 1백명이 일할 때와 같은 성과를 거뒀다면 회사는 다시 80명을 60명으로 줄여 같은 성과를 얻으려 할 것이고 이 같은 과정이 반복돼 결국 무인자동화의 경우처럼 무인화단계까지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이같은 방침을 알아차린 종업원들은 더 이상 감원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일부러 생산성이 떨어지게 한다는 것이 「러시안 룰렛」법칙이 도출한 결론이다. ○연구개발비 대폭 삭감 경비절감을 통한 감량경영에도 문제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불황시에 쓴 경비절감책은 제일 먼저 사원급 급료를 동결하거나 낮게 올리고 다음엔 일선감독자, 세번째로 중간관리자, 네번째로 최고 경영자, 마지막엔 주주에 대한 배당금을 적게 올리는 순서로 했고 감원순서도 이런 순서에 따랐다. 이에 반해 일본기업이 불황기에 경비절감, 특히 인건비를 절감하는 순서는 정반대다. 회생 순서는 주주배당금, 최고경영자 봉급, 중간관리자 일선감독자, 일반 하급사원급 종업원의 봉급 순위인데 말단 종업원의 급여 동결은 마지막 카드로 쓴다. 감원순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기업은 인건비절감을 시도할 때 일본기업과 거의 똑같은 순서를 택하는데 이것은 한국의 의식구조나 사회분위기로 봐서 다른 선택이 없는 여건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건비 이외의 경비절감순서를 보면 한국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특히 재벌그룹들은 경비절감순서에서 가장 먼저 교육훈련비를 선택하고 그 다음으로 광고비, 기부접대비, 사회공헌비, 인건비 등의 순서를 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한국기업은 감원과 경비절감이라는 단순한 탈불황전략에 피동적으로 안주하지 말고 호황기에 필요한 국제경쟁력을 갖춰 세계 초일류기업화전략을 수립,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의 질을 무시한 원가절감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저질원료구입이나 연구개발비 대폭 삭감과 같은 원가절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력, 정보력, 판매력, 혁신력이 앞서가야 한다. ○끊임없는 혁신 필요 또 기업의 조직도 종래의 수직적 조직보다는 수평적 네트워크형 조직이어야 하고 백화점 진열장식, 문어발식 사업다각화 보다는 미국의 월트디즈니 그룹처럼 제한된 자원을 본업이나 주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문화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재벌그룹도 앞으로는 전기전자, 중화학, 반도체등 몇개의 주력업종으로 전문화하여 제한된 자원의 집중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전략으로 바꾸어야 한다. 제한된 인적, 물적, 금전적 자원을 여러 업종으로 분산투자하여 2∼3류 기업으로 만들기 보다는 몇개 업종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나가는 이른바 본업중심의 주력업종 전문화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기업은 「경영을 혁신하고 혁신을 경영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초일류기업이 되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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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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