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좋은 세금은 없다

역대 정권 가운데 참여정부만큼 증세에 대해 집요한 경우도 드문 것 같다. ‘세금 폭탄’으로 비유되는 고가 부동산 및 다가구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는 수요억제책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소득자의 소수자 추가공제를 폐지함으로써 맞벌이 부부와 독신 가정 등에 대한 실질적인 증세를 비롯해 이제는 ‘부가세 인상론’까지 등장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는 더 이상 증세는 없다고 선언한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부가세 인상론’이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대사 시절 만든 소위 ‘권오규 보고서’에 들어있다면 국민들은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출된 것으로 알려진 ‘권오규 보고서’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세율을 현행 10%에서 12%로 올리면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약 7조원의 안정적인 세수가 추가로 확보돼 저출산 종합대책 등을 수립하는 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참여정부가 증세에 계속 관심을 보이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과거처럼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정부’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주요 국정 목표로 삼는다면 당연히 증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득 양극화는 가속화하고 사회안전망은 미비한 현실에서 고통을 분담하려면 누군가 복지에 지출할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세수 증대의 방편이 간접세인 부가세 인상이라면 지나치게 안이하다고 할 수 있다. 능력을 무시한 무차별 공세라는 점에서 어느 나라나 간접세 비중을 늘리기를 꺼리는 추세라면 각종 조세 감면의 축소나 과표구간의 재조정 등 여타 방안에 대해 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걷기 쉬운 방안만을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경기 하강 국면이 분명하다면 간접세의 증세보다는 차라리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적자 재정을 짜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실 세금에는 나쁜 세금과 좋은 세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모든 세금은 걷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설혹 나쁜 세금이 아니라면 소득이전 효과밖에 없는 중립적인 세금은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징병제와 모병제에 대한 찬반론은 흥미롭다. 대개 사람들은 유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징병제가 국가적으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병제에서 지급되는 높은 월급 등은 결국 납세자에게서 나온 것인 만큼 사회의 한 부문에서 다른 부문으로 소득이 이전됐을 뿐이다. 모병제를 위한 별도의 증세가 없다면 납세자 입장에서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반면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해서 징병제가 반드시 사회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남는 세금을 다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신 징집된 젊은 군인들은 그 기간만큼 가치 창출을 위한 기회를 상실하게 되므로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효율성은 상쇄된다. 따라서 효율성이 가장 높아지려면 모병제든 징병제든 아예 없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록 최상위층에 부담이 집중되고 조세 저항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증세든 좋은 세금이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 3자녀 가구에 대해 아파트를 우선 분양하고 다자녀 가구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추가로 공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물론 부분적으로는 전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인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적다는 이유로 세금을 많이 내도록 강제한다고 그 때문에 합계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엄청난 사교육비가 자녀 출산을 가로막는 현실에서는 도리어 그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이점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근로소득세를 더 내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도 좋은 세금은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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