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기업 경영 입맛대로 해도 되나

감사원의 39개 공기업 및 자회사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면 공기업이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의심하게 한다. 공기업이란 민간이 하기에는 독과점 성향이 강하고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을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지원한다. 그런데 이런 공기업 상당수가 요금을 과다하게 책정해 국민부담을 늘리는가 하면 임직원의 요금을 제멋대로 높게 올리는 등 방만하면서도 주먹구구식의 경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 기업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 공기업에서 버젓이 자행된 것이다. 특히 한국전력과 가스공사가 요금을 더 거둬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서민들은 경기부진으로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어려워 전기 한등이라도 더 끄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한전과 가스공사는 지난 2, 3년 동안 요금을 무려 5,600억원이나 더 거뒀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그만큼 털어간 셈이다. 특히 한전은 이 같은 잘못을 알고 지난해 3월 요금을 1.5% 내렸지만 요금산정기준은 그대로 둬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석유공사는 정부가 제시한 임금가이드라인보다 2.5~4배나 많이 임금을 올리고도 이사회에는 정부기준만큼 올린 것처럼 보고했다. 또 가스공사는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의 임원 모두를 가스공사 출신으로 채웠는가 하면 수자원공사는 직원 자녀들에 대해 가산점을 줘 배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인천공항공사는 자본잠식상태이면서도 임직원의 평균급여가 정부투자기관 평균치보다 월등히 많았다. 공기업인지 개인회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기업 경영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일이 계속 빚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인사 때문이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정치권이나 상급기관 인사가 최고경영자나 감사로 내려오다 보니 외부견제는 물론 내부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지배구조개선 운운하며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따지기 전에 자기집식구부터 제대로 단속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