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우리 노동시장, 유연성 떨어지고 안정성 미흡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년에 중점 추진할 정책과제 중 하나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화두로 던지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부는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전해진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의 골자는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는 대신 비정규직 처우는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 독일과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낸 아일랜드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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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침은 기업의 투자심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탄력근로시간제와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해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채용과 해고 절차가 모두 경직된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적절한 접근법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고용정책은 그동안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안정성 개선 효과는 미흡한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1998년 첫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도입된 정리해고는 까다로운 조건 탓에 제대로 실행조차 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비정규직 보호대책, 정년 60세 법제화, 통상임금 확대 등이 실시됐지만 되레 고용 유연성만 나빠졌다. 비정규직보호법은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는 풍선효과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고용유연성지수가 1998년 이후 계속 떨어져 지난해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프랑스·그리스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아졌고 안정성도 OECD 최하위권에 머무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저성장 구조가 고착되고 고용의 질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노동시장을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야 하는 이유다. 그간 수차례 진행된 노동개혁 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노조 반발이나 부실한 개혁안보다 정부의 의지부족 때문이었다는 지적을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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