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은행권 "웃돈 줘도 외화 확보하라"

외환위기 대비 커미티드라인 확대 나서

은행권이 외화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국이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 속에서 혹시 모를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권에 외화보유 확대를 요청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해외 금융기관들과 구속성 있는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을 확대해 약 20억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커미티드라인은 신용공여 한도를 정하고 금액의 0.25~0.75%가량을 이자로 외국 은행에 주는 대신 유사시 외화를 우선적으로 빌릴 수 있는 권리다. 신용공여 한도를 정한다는 점에서는 크레디트라인(credit line)과 같지만 커미티드라인은 이자를 내는 대가로 반드시 한도까지 빌려줘야 하는 구속성 계약인 반면 크레디트라인은 강제성이 없다. 하나은행은 1억6,500만달러 규모의 커미티드라인 만기가 다가옴에 따라 1억달러 안팎의 새로운 계약을 맺기 위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커미티드라인을 꾸준히 확대해왔으며 올 초 1억달러를 추가 확보해 총 10억달러의 한도를 확보했다. 수출입은행은 일본 은행인 미즈호와 1억2,000만달러의 커미티드라인을 확보했으며 기업은행은 1억3,000만달러의 커미티드라인을 갖고 있다. 농협도 지난달 말 3,000만달러의 커미티드라인 약정을 체결했다. 금융권이 커미티드라인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는 웃돈을 주더라도 외화를 확실히 확보할 수 있어서다. 또 금융 당국도 커미티드라인 확대를 권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에 가급적이면 기존의 크레디트라인을 버리고 커미티드라인으로 대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과거 크레디트라인에 기댔다가 차입 한도를 줄이거나 자금 공급을 거부해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 외국인은 우리나라 투자금을 빼고 국내 투자자는 해외에서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은행 외화차입은 6개월 만에 무려 546억달러가 일방적으로 회수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비록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확실한 외화조달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미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으로 해외로부터 돈줄이 막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풍부한 외화를 확보해 위기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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