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천국을 만들자/3부] 4. 대기업 중소기업 함께뛰자

주종관계 벗고 수평·협력적 분업을"우리경제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에 의해 뒷받침 돼야하고.", "대기업의 수출및 소득증대가 중소기업과 농촌의 소득증대로 연결되지 않아 소득불균형이 심화되어 왔다" 고등학교 경제와 사회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원론과 각론이 다른 이 대목은 양자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역설하면서도 우리가 얼마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수직적 주종관계로만 인식해왔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주종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까. 답은 단연코 노(No)다. 우리 경제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쟁과 협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냐가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에 접어든 것도 이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디지털시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세분화를 이룩한 기업들간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협력해 기술을 전문화, 세분화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기업은 상호공존을 위해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고 있고, 우리와 비슷하게 뛰다 1인당 국민소득이 배이상 높아진 대만이 지난 20년간 첨단기술개발과 혁신을 중소기업에 의해 이뤄지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디지털시대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본의 대표적인 미래학자 겸 경제학자인 이하라 데쓰오 교수가 쓴 '일본의 포스트 대기업체제'의 제1장 제목은 '대기업의 전성시대는 끝났다'다. 2장의 제목은 더욱 더 자극적인 '대기업의 분해'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디지털시대의 기본법칙이 '규모경제의 소멸'이라는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그는 그동안 규모의 경제혜택을 누려온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 다급하게 여길 것으로 보고있다. 이데이 일본 소니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스마일 커브'로 설명한다. 지난 시대가 조립생산을 대량으로 하는 대기업이 산업과 경제를 주도하면서 부품회사와 판매회사가 이에 부응하는 '역스마일 커브'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부품회사와 판매회사가 산업을 주도하는 '스마일 커브'시대라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무너지고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자리잡는 디지털시대에는 대기업보다 부품을 제조ㆍ공급하는 중소기업과 조립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적 컴퓨터회사 델이 '규모의 경제'부문을 전부 하청으로 해결하고 제품통합과 서비스 영역에 위치해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고, 히타치가 가전부문의 생산부문까지 분사하고 자신의 강점인 기술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기ㆍ벤처와의 네트워크는 필수 디지털 시대의 또 다른 법칙은 '네트워크화'다. 특히 산업계에서 일어나는 네트워크 확보는 경쟁을 넘어서 이미 생사를 결정짓는 전쟁의 양태로 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메이커간, 항공사간, 정보통신회사간 합종연횡하는 대기업간 네트워크화의 이면에는 대기업과 중기ㆍ벤처간 보이지 않는 물밑 네트워크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IT투자가 늦었다고 스스로 반성한 소니는 인터넷과 컨텐츠쪽을 강화하기 위해 중기ㆍ벤처와 적극적인 제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시스코는 자체 개발보다는 우수한 중소기업이나 벤처를 합병하고 기술을 흡수하면서 성장해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결국 디지털시대는 '나홀로(stand alone)' 기업에서 '연결된(networked)' 기업으로의 변환을 의미하고 연결된 기업군, 즉 진영간의 싸움으로 전개되며 이 경우 수평적 관계로 결합된 대기업ㆍ중소기업ㆍ벤처는 기본적인 결합단위며 경쟁단위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ㆍ중기 협력만이 살 길 이제 갈 길은 정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에 대해 일방ㆍ시혜적인 자금및 기술지원보다는 공동기술개발을 하는 전문ㆍ분업화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시에 수급관계를 맺는 거래선 다변화와 부품공용화를 통한 업체간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그래야 대기업에 대한 예속을 피할 수 있고 시장의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다. "보다 폭넓은 마케팅을 기대했지만 재주는 곰이 넘고 실익은 다른 사람(대기업)이 챙기는 형태여서 제휴 자체를 후회하고 있다"(대기업과 손잡은 SI전문 벤처)는 불만이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고 디지털시대에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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