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의 올해 3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66.6%였다.
이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3분기(66.7%)보다 낮을 뿐 아니라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어느 정도를 소비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지출액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눠서 구한다.
올해 3분기 연령대별 소비성향은 40대가 77.1%로 가장 높았고 39세 이하가 74.0%, 50대는 68.6%였다. 전체 소비성향은 72.5%였다. 고령층이 전체 평균을 끌어내린 셈이다.
14년 전인 1990년 3분기만 해도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101.4%였다. 쓸 수 있는 돈보다 지출을 더 많이 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에 39세 이하(70.8%)와 40대(78.2%), 50대(76.5%) 소비성향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점차 낮아지기 시작한 소비성향은 2003년에 40대에 의해 역전당했고 2010년부터는 30대보다 낮아졌다.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성향이 계속해서 낮아지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부동산 가격과 실질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고령층은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점을 고려해 노후 대비에 치중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자산이 오히려 줄어들자 소비를 자제하는 것이다.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8.9%로 전체 평균인 67.8%보다 11.1% 포인트 높다. 인구구조 변화로 앞으로도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는 기대가 확산되자 소비를 더욱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도 60세 이상 가구주의 지갑을 닫게 하는 데 일조했다. 1∼2%대로 낮아진 은행 이자를 받아 생활을 유지하려면 예전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금융자산이 필요하다.
고령층이 부채를 상환하면서 그만큼 소비를 줄인 측면도 있다. 올해 60세 이상 가구주의 부채 평균은 4,201만원으로 작년(4,323만원)보다 2.8% 감소했다.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령층 가구가 전체 소비성향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은퇴 이후의 생활 유지에 대한 불안이 전 연령대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고령층 소비 저하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도 버블경제 붕괴 이후 고령층 소비성향 저하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성향 하락은 현재의 고령층이 그동안 노후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소비 위축이 점점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소비 활성화보다는 구조적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연구위원은 “구조적 소득 증대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소비만 진작하는 정책은 고령층을 더 궁핍하게 할 수 있다”며 “은퇴 시기를 늦추고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지원하는 등 지속 가능한 소비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