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와 남북관계는 잘했는데 다른 분야는 글쎄….'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가한 국정운영 성적표가 분야별로 크게 엇갈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강조한 리더십으로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정치·경제·복지 등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집권 2년 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9.3%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두 번째로 높지만 지지율의 질을 놓고 보면 결코 만족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국민들, "朴, 남북·대일 관계 등 외교·안보 잘했다"=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가장 잘한 국정운영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1.5%가 외교 분야를, 21.0%가 남북관계를 꼽았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2.5%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 합격점을 준 것이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50·60대 외에도 20·30대 젊은 연령층들이 남북관계와 외교 분야에서는 높은 점수를 준 것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세대와 연령을 초월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20대는 17.2%가 남북관계를, 17.5%가 외교 분야를 가장 잘한 국정운영 분야로 꼽았고 30대 역시 응답자의 16.5%와 18.8%가 각각 남북관계와 외교·안보를 선택했다.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남북관계에서 빛을 발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개성공단 폐쇄 위기 △4차 핵실험 등 북한 추가도발 위협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 처형으로 인한 한반도 불안정성 증폭 등 끊임없는 북한 악재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지난 정부에서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이뤄지기까지 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극우화에 맞서 역시 원칙을 갖고 일관된 대응을 보인 것과 취임 이후 해외 정상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는 답답, 경제·복지 역시 기대 이하" 평가=합격점을 받은 외교·안보 분야와 달리 정치·경제·복지 분야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먼저 응답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가장 잘못한 국정운영 분야로 정치(16.6%)를 꼽았다. 정치 분야에서 점수가 낮은 이유는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관련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이 정치의 최전선에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과 소통해 각종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통합을 이뤄야 하는데 이 부분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여의도를 멀리함으로써 오히려 국정운영 첫해 정쟁에 시달리는 결과만을 낳은 셈이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의 벽에 부딪혀 통과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 정부가 정치 분야에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젊은 연령층일수록 많았다. 20대는 응답자의 21.2%, 30대는 17.5%, 40대는 23.5%가 정치 분야의 국정운영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50대(16.5%)에서도 정치를 가장 잘못한 국정운영 분야로 꼽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살리기와 복지정책의 효과 역시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응답자의 16.3%와 15.2%가 각각 복지와 경제 분야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가 복지 강화를 내세우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만족도는 낮다는 얘기다. 실제 복지정책에 대한 만족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절반(49.0%)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朴 국정운영 지지율 59.3%…역대 대통령 2위=외교·안보와 정치·경제·복지 분야에서 국정운영 평가가 크게 엇갈렸지만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전반적으로 무난한 국정운영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4.7%가 '매우 잘하고 있다', 34.5%가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9.3%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별로 못하고 있다'와 '전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25.4%, 9.6%였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하지만 연령별로 50대(73.4%)와 60대(89.0%)의 핵심 지지층의 비율이 높은 반면 20~40대는 50%를 밑돌아 세대 간 지지율 차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