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에서 컬러리스트(Colorist)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휴대폰업계의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고객의 눈길을 잡기 위해 디자인, 나아가 컬러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색상을 결정하는 컬러리스트의 위상도 크게 강화됐다. 휴대폰 업계에서 컬러리스트는 히트 제품의 숨은 공로자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 LG전자의 초콜릿폰 등은 대표적인 컬러 마케팅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LG전자 초콜릿폰의 경우, 검은색이 큰 인기를 끌자 이제는 ‘화이트 초콜릿’, ‘핑크 초콜릿’ 등으로 색상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초콜릿폰은 컬러 마케팅에 힘입어 이미 전세계적으로 320만대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대박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컬러리스트는 휴대폰 디자인에 참여하는 색체 전문가로 제품의 색상을 결정한다. 특히 전략 제품의 경우 다양한 후속 색상을 내놓는 게 일반화되자 처음부터 후속색상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하반기 전략모델인 울트라 에디션을 유럽 시장에 출시하면서 무려 14종류의 색상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모토로라의 레이저도 지금까지 10여종 이상의 색상으로 출시돼 단일 모델로는 가장 많은 색상을 구비했다. 팬택 ‘스카이 S-110’의 경우 분홍색 제품 출시 이후 판매량이 크게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고, 삼성전자의 슬림기가 뮤직폰도 오렌지 색상 제품이 여름철을 맞아 큰 인기를 끌었다. 제품의 색상을 결정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보통 휴대폰 개발작업은 출시 시점보다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전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유행할 색상을 미리 예측해야 한다. 그래서 휴대폰의 색상 변화만 눈 여겨 보는 게 아니라 의류, 가전, 자동차 등 모든 제품에서 일어나는 색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유행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결정한 색상이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끌 수 있도록 적절한 마케팅 활동도 필요하다. 색상을 결정하는 작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출시 시점이 여름이냐 겨울이냐에 따라 색상의 계열을 달리 사용해야 한다. 색상 계열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검은색, 흰색, 노란색 등 기본적인 색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검은색을 색상 계열로 선택한 후에는 ‘짙은 검은색’, ‘밝은 검은색’ 등으로 구체적인 색깔을 결정한다. 최종 색깔을 결정하려면 수십가지가 넘는 색상을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 최종 색깔을 결정한 후에도 보다 정교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명도나 채도의 미세한 변화, 금속성의 느낌을 줄 수 있는 펄(Pearl)을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을 것인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다양한 변종의 색이 만들어진다. 임은영 팬택계열 디자인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휴대폰 색상 하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백가지가 넘는 색상을 테스트 하고 나서도 사내ㆍ외 설문조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면서 “차별화된 제품을 원하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컬러리스트의 일도 늘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