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정운영 타격 우려

일부 장관 공석에 李총리 사의까지<br>李총리, 盧대통령과 만남서 사퇴 결심 굳힌듯<br>靑, 아프리카 순방기간 여론 파악후 결정 가능

3·1절 골프 파문으로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이해찬 총리가 6일 오전 아프리카 순방 길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을 배웅한 뒤 광화문 세종로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박서강기자

‘3ㆍ1절 골프’라운딩으로 사의를 밝힌 이해찬 총리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있다. 특히 이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기업인들과 부적절한 골프모임을 가졌다는 언론보도 직후 국민 여론이 좋지않아 퇴진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골프 파문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부처 장관들이 공석 중인 가운데 벌어져 총리의 사의 표명이 국정공백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든다. ◇이 총리 사의 결심 굳힌 듯
이해찬 총리는 6일 오전 9일간의 일정으로 해외순방 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골프 파문과 관련해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노 대통령과 10여분간 면담하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가 노 대통령을 직접 만나 ‘3ㆍ1절 골프’ 파문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최근 건강도 좋지 않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골프 파문이 생겼으니 총리직을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총리는 최근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혈압이 180을 넘고 건강도 좋지 않아 총리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6~14일)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달 중순께 이 총리의 사의 수용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노 대통령 순방 기간 이 총리 골프 파문과 관련한 여론동향 등을 주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외부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입수하거나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여론 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권형 국정운형 타격 우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9시23분 20여명의 기자들에 둘러싸인 채 세종로 중앙청사에 출근했다. 이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 집무실로 향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면담한 직후 청사에 출근해 오전10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하루 종일 긴장감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그 동안 국정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총리실의 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총리가 최근 양극화 해소 등 굵직한 정책을 진두 지휘하면서 참여정부의 하반기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권형 국정운영의 로드맵을 책임지고 있는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총리가 지난 2004년 6월 취임한 이후 국무조정실의 인력은 307명에서 563명으로 크게 증가했을 정도로 정부 내에서 총리실의 중요성이 커진 상태다. 따라서 총리의 퇴진이 현실화되면 청와대와 총리실의 역할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실세 총리가 떠난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의 기능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악화ㆍ지방선거 부담
노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운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총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3ㆍ1절 골프파문을 놓고 이례적으로 진노했을 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5ㆍ31 지방선거를 2개월 가량 남겨놓고 벌어진 대형 악재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입장에선 총리를 퇴진시키면 하반기 국정운영에 큰 구멍이 생기고 반대로 이대로 껴안고 가기엔 정치적 부담이 커 ‘진퇴양란’에 빠진 셈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번 해외순방 기간 중 여론의 동향을 보고 총리의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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