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언론사 간담회] 어떤 얘기 오갔나
"남북정상회담 아직 좋은신호 없다"부동산은 국민 생필품, 거품 반드시 막아야정치 구조적문제 해결한다면 권력 내놓겠다최고학생 뽑는 기득권위해 공교육 파괴못해
권구찬 기자 chans@sed.co.kr
김병기 기자 bkkim@sed.co.kr
『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중앙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단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남북관계ㆍ외교안보ㆍ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 등 5개 분야에 대해 국장단의 질문과 대통령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는 국정 전반에 걸쳐 기탄없이 대화를 나눠 ‘국정토론회’를 방불케 했으나 현안에 대한 답변 위주로 진행돼 집권 후반기 국정구상을 엿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직접 대화’ 방식을 통해 여론의 통로인 언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정운영에 관한 의중을 가감 없이 밝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간담회는 조기숙 홍보수석의 사회로 오전10시30분부터 12시10분까지 국무회의장으로 사용되는 세종실에서 진행됐으며 노 대통령은 간담회 후 국장단과 오찬을 함께 했다. 질의응답 내용을 요약한다. 』
● 경제분야
-우리 경제가 언제쯤 나아질 거라고 보고 그에 대한 대책은.
▲지난 2003년, 2004년 내내 몇 개의 금융부실 위험, 가계대출로부터 비롯된 신용불량 등 엄청난 사태를 안고 지금 우리가 왔다. 회복의 속도도 아주 느리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욕심에 차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라도 카드채 위기도 안정시키고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소해가면서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현저히 후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상황을 나쁘다고만 보지 말고 상당히 잘 관리되고 있고 전망이 밝다고 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그 점에 관한 한 분명히 자신 있다.
재벌총수들을 모셔가지고 투자해달라고 제가 손 비빈다고 투자할 시기 같으면 손이 다 닳더라도 빌겠다. 결국 수익모델의 문제다. 이는 시장에서 역량을 높이는 것이고 과학기술을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견해는.
▲앞으로는 부동산 거래로 인한 투기소득은 기대하지 말라고 국민들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그러려면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다 봐야 된다. 이제 인프라가 그 정도 깔렸다. 그 다음 제도적으로 (투기소득을) 전부 세금으로 환수하는 문제는 가지고 버티면 보유세, 팔아서 남긴 것은 소득세로 (환수)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수요자 시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급을 만들어나가겠다.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는 공공 부문의 공급을 일정수준 해야겠다. 그래서 공공 부문이 책임지고 가장 낮은 금리로 자금을 동원해 주택의 수요자 시장이 이뤄지도록 항상 시장의 공급을 감당해나간다. 세금으로 안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가수요가 일어날 이유가 없다. 이익도 전가하지 못하고 원가공개, 기본적으로 그런 틀을 가지고 간다.
-부동산문제는 기본적으로 경제원리로 풀어야 되지 않나.
▲부동산처럼 공급이 제한되는 재화, 소위 일종의 독점적 재화다.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단순 시장논리로는 안된다. 또 중요한 것은 부동산 거품이 들어갔다 꺼지면 시장이고 뭐고 없다. IMF위기 같은 것을 다시 맞을 수 있고 일본의 10년 침체와 같은 경제위기 내지 파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가는 것은 한국경제의 안정을 위해 반드시 막아야 된다.
● 정치분야
-국회가 지역구도 논의한다면 대통령의 권한 절반 이상을 내놓겠다는 의미가 뭔가.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겠다.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 여야가 합의만 하면 언제 어느때 해결돼도 전혀 나쁘지 않다. 날짜를 박아서 할 필요가 없다.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아도 되겠다는 것이다. 선거를 다시 하자면 국민들이 힘드니까 실질적으로 권력만 이양하면 되지 않겠느냐. 진지하게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제도로 대통령과 협상한다면 그 이상의 것도 협상할 용의가 있다.
-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앞으로 당에서 합당을 검토한다면 민노당ㆍ민주당 둘 중 하나가 될 것인데 어디가 가능성이 높나.
▲생각해보지 않았다. 연정을 이야기한 것은 금기를 깨자는 것이 첫번째고 두번째는 우리 정치에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새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공작시대는 지났는데 공작의 문화와 불신이 있고 밀실 야합의 시대가 지났는데 야합이 상대를 공격할 때 쓰이는 일상적인 정치 공방 용어가 됐다. 말로만 상생하지 돌아서면 대변인 독설정치가 됐다. 연정을 머리에 담을 때는 이 문화를 어떻게 극복할까, 내가 화두라도 꺼내자, 그렇게 생각한다.
● 교육ㆍ사회분야
-며칠 전 대입 본고사 논란을 나쁜 뉴스로 꼽았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입제도는.
▲대학입시가 공교육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고 있다. 대학의 입장 때문에 우리나라 고등학교 공교육을 파괴하고 아이들을 다 죽이는 과외열풍이 되살아나서는 안된다.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가는 기득권을 누리게 하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다 망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대학은 교수ㆍ연구ㆍ산학협력 등의 분야에서 많은 자율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입시제도만은 공교육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므로 국가적 정책에 맞춰가야 한다.
-양극화 해소 복안은.
▲아주 속시원한 답을 내놓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없다.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이전의 정치적 부담을 알면서도 추진하는 이유는 불균형 문제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에 올인하는 것도 양극화 문제 해소에 있어서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투기소득으로 양극화가 생기는 것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상실감이 크므로 부동산 정책은 정말 전쟁하듯이 하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를 한마디로 시원하게 뚫어줄 정책은 없지만 정석에 따른 정책, 할 수 있는 정책은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풀어가고 있다.
● 통일외교안보 분야
-6자회담이 재개되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은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나 비관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집스러운 나라고 미국 역시 세계에서 자기 주장이 가장 강한 나라다. 상황은 그 양쪽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정부 또는 한국 국민들의 생각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해갈 수는 없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핵을 선택할 수 없고 미국은 무력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한국의 선택이다.
-남북정상회담은 검토하고 있는지.
▲회담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유효한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전체적인 상황의 변화 속에서 북쪽의 생각이 바뀌면 항상 열어놓고 있으니까 언제, 어느 때, 어디서라도 좋다. 남북대화 가운데서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지를 모색해보겠지만 아직 좋은 신호는 없다.
입력시간 : 2005/07/07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