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들이 인증 업무를 부실하게 해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광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양부남)는 23일 박모(60)씨 등 친환경 인증기관 N사 간부와 심사원 6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김모(43)씨 등 다른 친환경 인증기관 3곳의 운영자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친환경 인증을 부실하게 하거나 인증 비용 및 출장비 등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전남 22개 시·군에서 6억7,000만여원의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기관은 심사를 하지도 않은 농산물에 친환경 딱지를 붙이거나 직접 채취해야 하는 수질·토양 시료를 농가에서 택배로 받아 분석하는가 하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폐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간 인증기관을 관리, 감독해야 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전남도 출신 공무원들이 퇴직 후 인증기관에 재취업하거나 스스로 기관을 세워 운영하는가 하면 이들 기관에서 로비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같은 구조는 곧바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부실 인증으로 이어졌다고 검찰은 분석했다.
여기에 친환경농산물 인증 실적으로 일선 시·군의 순위를 매기는 전남도의 편의주의적 행정과 인증 물량이 많을수록 보조금을 많이 타내는 기관들의 수익구조, 자부담금 면제 등 재정 지원을 바란 일부 농가의 부도덕이 겹쳐 부실 인증을 불러왔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인증기관이 인증한 친환경농산물이 실제로 유기농·무농약·저농약 등 친환경 기준에서 벗어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명관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친환경농산물 부실 인증을 개선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농업 경쟁력에 치명타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