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 A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업체가 있어 그곳에 교육을 맡겼더니 성희롱 예방 교육은 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보험 상품을 권유한 것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 시간 동안 직원들이 일을 못하게 되면서 업무 시간만 허비하게 됐고 그 업체를 회사로 부른 인사 담당자는 직원들의 불만 제기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1일 고용노동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에 성희롱 예방 교육을 무료로 해주겠다며 접근해 할당 받은 강의 시간에 성희롱 예방 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고 보험 등 금융상품이나 건강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업체의 상술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진정이 고용부에 잇따르고 있으며 유사한 내용의 게시글도 인터넷 상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고용부는 홈페이지에 '주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무료 교육 빙자 상품판매' 팝업창을 띄워 기업들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처럼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빙자한 상품판매가 가능한 것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에 대한 자격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현행 남녀고용법에 따르면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연 1회 의무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강사 자격과 강의 내용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다. 보험 영업사원 등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진행해도 법규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일반 회사를 방문하면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인 영업사원들에게 성희롱 예방 교육은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영세사업장이 이 같은 사기 상술에 쉽사리 휘말리는 것은 대개의 경우 자체적으로 교육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성희롱 예방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심지어 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성희롱 예방 교육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데 거절할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성희롱 예방 교육에 대한 정부의 방침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은 성희롱 사고 발생 시 회사 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실제로 알려줄 수 있는 회사 내부 사람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교육과 관련한 자료는 고용부 홈페이지에 충분히 게재돼 있어 누구나 손쉽게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 교육이 힘들 경우에는 정부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 강사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실제 30인 미만 사업장은 고용부 지방관서에서 강사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30인 이상 사업장은 고용부가 지정한 60여개 위탁기관을 통해 유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김부희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교육을 허가 받은 기관들만 할 수 있게끔 하면 이를 빙자한 상품 판매 등은 없어지겠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곤란하다"며 "기업은 방문판매자들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고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