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 與 "국민 걱정 예견되는데도 안이하게 대처"… 野 "정부 고시전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 "당·정·청 공조안돼 국정통제력 상실" 지적도
| 정운천(왼쪽)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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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8일 열린 국회 정치ㆍ통일ㆍ외교ㆍ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특히 한미 쇠고기 협상이 검역주권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굴욕적 협상이라고 규정하고 조속히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 안전과 관련해 국민 불안이 확산된 데 대한 정부의 잘못된 대응과 자세를 문제 삼았다. 정부가 국민의 오해와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잘못된 국정운영으로 인한 민심이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쇠고기 협상 집중 성토=전날 ‘쇠고기 청문회’에 이어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기존 입장을 뒤집고 한미 간 합의를 전격 도출한 배경 등 졸속협상에 대해 집중 추궁하며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장영달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고시 전에 재협상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무책임한 밀실 굴욕협상을 하지 못하도록 ‘통상절차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정부가 광우병이 확인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협상 잘못을 인정한다는 말이냐”면서 “15일 예정된 정부 고시도 유보해야 한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재협상 요구보다는 정부의 대응과 공무원의 자세를 질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에서 광우병의 심각성에 대한 집중보도가 있은 뒤 국민 불안을 선동하는 괴담이 회오리치는데도 정부는 입을 닫고 있었다”며 “국민의 걱정이 충분히 예견되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해 최악의 경우를 기정사실로 인식하는 집단 공포사태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에 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 혼자 일하고 공무원은 시키는 일만 하는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만 해도 일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왜곡 보도하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쇠고기 문제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목 잡힐 우려가 있는데 성사시킬 방안이 무엇이냐”고 공무원의 자세를 질타했다.
◇“국정운영 난맥” vs “통합 리더십 필요”=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청와대 대응 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못해 당ㆍ정ㆍ청 간 유기적 공조체제가 이뤄지지 않는 등 국정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현 상황에 대해 ‘조기 레임덕’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청와대 및 내각의 전면 쇄신 필요성을 거론했다.
정창래 민주당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비롯해 수석 비서관들의 재산파문 등 청와대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증명하듯 인터넷에서 이 대통령 탄핵서명이 진행되는 것은 레임덕이 아니냐”고 지적, 민심이반 현상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도 “참여정부를 ‘아마추어 정권’ 또는 편 가르기와 분열전략으로 버틴 정권이라고 비판한 만큼 실용정부는 참여정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권능력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한때 90%에 육박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3개월 만에 20%대로 내려가고 있다”고 우려한 뒤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의 오해와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