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3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만나면

요즘 금융계는 현대건설 매각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 등 대형 인수합병(M&A)이 잇달아 깨져 어수선한 분위기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시중은행의 새 주인을 찾는 거래(deal)다 보니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들 대형 거래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결코 간과해선 안될 'M&A 무산' 사례가 최근 잇달아 발생했다. 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는 지난 15일 부산중앙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했다. 앞서 메리츠종금증권도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려다가 방향을 선회했다. 업계에서는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예상보다 커 M&A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말이 지나면 부실 저축은행이 속속 가려지면서 매물로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딜(deal)을 막았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애를 태우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자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고 인수자를 찾아 중매를 서자니 선뜻 나서는 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 심지어는 금융당국이 국내 한 금융지주 회장에게 저축은행 인수 의향을 물었다가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저축은행을 시중은행이 인수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은행은 폭탄돌리기 판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저축은행에 무관심하진 않다. 서민지원에 대해 강한 압박감을 느끼는 은행으로서는 저축은행을 인수해 서민지원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PF 부실과 오너(대주주) 리스크라는 뇌관이 제거된다면 저축은행 인수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아킬레스건인 대주주의 전횡과 PF 부실을 털어내 준다면 마다할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여론의 반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여러 은행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저축은행 인수를 고려하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대안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태도는 애매하다.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만 외친다. 시장에서는 이미 대안을 제시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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