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정밀폭격만이 이뤄지고 있다는 연합군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연일 계속되는 바그다드 공습으로 피해를 입는 민간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연합군 전폭기가 군사 목표물을 향해 발사한 최첨단 미사일이 시장에 떨어져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건 횟수가 잦아지고, 이라크 군의 방공포 유탄에 맞아 죽는 사람들의 사례가 늘어나자 바그다드 주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공포감에 사로잡히고 있다.
◎…”오 신이여! 오 신이여!” 지난 28일 알 나사르 시장으로 떨어진 폭탄에 목숨을 잃은 어린이, 성인 남성 및 여성의 장례행렬이 지나가는 알-사올라 지역의 길에는 울부짖는 바그다드 주민들로 가득 찾다.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골목길에서 멀지 않은 폭탄이 떨어진 시장에는 아직도 피에 절린 어린이들의 신발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최소한 50여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오폭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연합군 사령부와 이라크 정부는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다.
◎…지난 29일 밤부터 시작된 바그다드시내 통신시설 등에 대한 연합국의 공습으로 대부분의 통시설들이 파괴돼 수십만 가구의 전화가 불통되고 전기도 나가 일부지역은 밤이면 지옥을 방불케할 정도로 폐허가 돼가고 있다.
아델 후세인 알-압달리(70) 노인은 “통신시설 건물에 투하된 폭탄의 파편으로 인근 자신의 주택도 파손됐다”며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돼 목숨은 건졌지만 심하게 부서진 집 건물 벽을 보수할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한 표정을 지었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 인솔로 현장을 찾아간 AP 등 외신 기자들에게 알 압달리 노인은 “평생 모은 저축을 모두 사용해 지난 91년 전쟁때 부서진 집을 겨우 복구했더니 또다시 허물어졌다”고 허탈해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태풍 맞은 쑥대밭이 된 바그다드에서 새로운 히어로가 탄생해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미디어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번 전쟁에서 연합군와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모하메드 사이드 알-사히츠 공보장관.
시민들은 외무장관 출신인 그를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함께 이라크전을 이끌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인물 중의 하나로 여기고 있으며 연합군의 심리전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독재자의 30년 권력에 도전하려는 바그다드 주민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가장 핍박받아 온 시하이 무슬림들의 모여 사는 빈민굴 현장 르포를 통해 “고통받는 이라크 인들의 가장 큰 관심은 반란이 아닌 살아남기”라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빈민굴에 모여 사는 150만 시하이 무슬림들은 지난 99년 폭동 때 공화국 수비대의 진압작전으로 수십명이 사망한 사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며 후세인 대통령의 권력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이들 사이에 팽배한 제1차 걸프전 후 실시된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 조치로 생활이 더 궁핍해졌다고 생각하는 반미 정서 또한 반 후세인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는 이유로 지적했다.
김경원 기자
<미주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