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사정위 파행] 한노총 딴죽에 또 '반쪽' 위기… 산더미 노동현안 처리 먹구름

"공공부문 정상화 대책 없으면 모든 소위 불참"<br>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소통 채널 끊겨<br>"노조, 처음부터 대화의지 없어" 의혹 눈초리도


김대환(오른쪽) 노사정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3시에 열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을 풀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노사가 단기적 이해관계에 급급하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며 "넓은 시야와 긴 호흡으로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하면 대타협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에 응답할 노조 측은 아무도 없었다.

노동계가 공공 부문 정상화 논의에 대한 불만으로 노사정위에 불참하면서 8개월 만에 재개된 위원회가 다시 파행을 겪으며 반쪽짜리에 처할 우려가 높아졌다. 노조 측은 공공 부문 발전위원회에 공공 부문 정상화를 의제에 올리지 않을 경우 아예 노사정위에 불참하겠다고 주장해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체계 개편 등 산적해 있는 노동시장 현안에 대한 논의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 부문 정상화 대책에 대한 논의 없이는 어떠한 노정 대화에 나서지 않고 기존 합의안 외의 추가 합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공 부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노사정위 산하 6개 위원회를 모두 보이콧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계 측은 이날 오전에 열린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동계 없이 진도가 나갈 수는 없을 것이고 가시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명분 없이 참여하지 않겠다"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조 측이 지나치게 공공 부문에만 매달리며 다른 협의체까지 무산시킨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8개월 만에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기로 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애당초 개혁논의에 대한 의지조차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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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때 민주노총에 공권력이 투입되자 자리를 뜬 후 지난 8월 제2기 경제팀 가동과 함께 노사정위에 복귀했다. 공공위원회는 7월에 열린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당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정부가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신설된 회의체다.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개별 회의체가 운영되고 있는데 공공 부문을 문제로 다른 위원회까지 참석하지 않는다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파행은 17일에 처음으로 열린 공공위원회에서 노조 측이 일방적으로 퇴장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당시 노동계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의제로 채택하자는 요구에 기획재정부가 반대 의사를 표하자 일제히 퇴장해버렸고 이로 인해 논의 의제, 간사 선임, 회의 일정 등이 확정되지 못했다. 양측은 최근 기재부가 38개 기관의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2차 중간평가 계획을 확정한 것을 두고서도 이견을 보였다.

결국 노동계가 공공 부문 정상화 문제로 발목을 잡으면서 노사정 대화는 다시 단절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노조 측과 기재부의 입장이 워낙 평행선이어서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위원회가 첫발부터 삐걱거린 후 노동계는 18일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최두환 상임부위원장 등이 노사정위를 찾아 김대환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미팅을 가지려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최 경제부총리의 호주 출장으로 인해 전화통화로 의견교환을 나눈 정도에 그쳤다. 노조 측은 노사정위와 고용노동부보다는 공공 부문 정상화를 다루는 기재부와의 대화만을 원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가 다뤄야 할 노동 현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또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노사정위에서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반쪽으로 열리면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기 힘들 수밖에 없다. 당장 기존 임금체계의 모순과 통상임금 적용 방식에 대한 혼란이 큰데다 정년 60세 본격 시행도 불과 1년 조금 넘게 남은 상황이다. 위원회의 한 위원은 "이슈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제대로 가동되더라도 접점을 찾기까지 진통이 예상되는데 시작부터 이러면 협의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구조개선특위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내 양극화 문제를 비롯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 기타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사항 등이 주요 논의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익명의 다른 관계자는 "회의 논의조차 안 되게 막아버리면 공공 부문 문제가 잘 풀릴 수 있다는 식의 사고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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