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달러강세' 언제까지 갈까

외환 딜러들 "인디언 서머에 그칠것"<br>유럽등 성장둔화·글로벌 상품가격 하락세가 배경<br>美 경기침체 심화·모기지 부실 커져 "반짝"에 무게<br>메릴린치는 "내년 유로당 1.40弗까지 절상" 전망





최근 한달간 전개되고 있는 달러 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인가, 추세적 경향인가. 국제외환시장의 딜러들은 달러 강세의 지속 여부가 미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 것인지, 모기지발 신용경색이 연착륙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데다 모기지 부실이 확대되고 있어 작금의 달러 강세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0일자 사설에서 "최근의 달러 강세는 '인디언 서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디언 서머란 북미 대륙에서 가을에 일시적으로 무더위가 나타나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최근 달러화 절상 속도는 상당히 가파르다. 한달전인 7월 중순까지만 해도 달러는 1유로당 1.60달러로 초 약세를 보였다가 곧 1.55달러 수준까지 회복한데 이어 현재는 1.46~1.47달러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한달 사이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8%가까이 상승했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7개월 만에 달러당 110엔대로 올라서는 등 모처럼 만에 기축통화다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초만해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위기로 달러화가 연일 폭락하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헤게모니는 끝났다"는 전망이 대세였음을 감안하면 실로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그러면 달러 강세 기조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에 수입물가 억제à소비여력 확대à경기회복à달러화 강세 등 선순환 구조를 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메릴린치는 최근 달러 급등세가 가팔라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화가 유로당 1.40달러까지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달러 약세를 점쳐온 골드만 삭스도 최근엔 달러 강세로 투자 방향을 전환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의 이 같은 전망에는 미국이 달러 강세로 경상적자가 커지더라도 전세계 여유 자금이 미 국채 등 미국금융 상품에 투자돼 결국 경상적자를 보전해 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게다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강한 통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을 위해 미국 정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장을 움직일 가능성도 강달러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패니매ㆍ프레디맥의 부실확대등으로 신용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전망은 낙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용위기가 불거진 18일과 19일 이틀동안 달러가 일시적으로 약세로 돌아선 것이 이를 반영한다. CMC마켓의 아슈라프 라이디 외환투자전략가는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려면 ▲실업률이 정점에 도달하고 ▲주택 가격이 바닥을 치고 ▲금융부문이 개선돼야 하데, 현재의 미국 경제를 보면 달러 강세가 지속되긴 힘들다"며 "내년에는 달러화 가치가 유로당 1.53~1.54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FRB 총재도 "미 경제가 올 하반기 제로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 전망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향후 달러화 가치는 미국이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는 2002년부터 7년간 약세를 지속해왔다. 지난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만 해도 유로당 1.17달러였던 달러화는 2년이 채 안돼 유로당 0.83달러까지 뛰었다. 하지만 2000년 초반 닷컴으로 대변되는 기술주 버블이 붕괴되고 이듬해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달러화의 가치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과도한 비용을 투입한 것도 달러하락에 기여했다. 그나마 주택 구입붐이 미국 경제를 2000년대 중반까지 받쳐주며 급속한 하락세는 면했지만, 지난해부터 주택 가격 급락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며 달러 위기는 증폭됐다. 미국과 유럽간의 금리 차이도 달러 약세를 키웠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9월 이후 기준금리를 5.25%에서 2%까지 내린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해오다 올 7월에는 0.25%포인트 올려 4.25%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7년간의 장기 달러 약세 기조가 최근 돌연 강세로 변한 것은 미국 경제의 취약함이 개선됐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국가의 경제가 미국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두 축인 일본과 유럽이 올 2ㆍ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간 홀대한 달러화를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향후 유럽의 경기침체가 심화돼 ECB가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화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지지만, 현재로서는 연말까지 ECB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등 주요 국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강한 달러를 지지하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수출을 살려 내수부진을 메우고,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려야 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달러화 가치를 절하시킬 필요성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달러 강세를 용인하고 있다. 때마침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도 수요감소와 투기성 자금 이탈로 하락으로 가닥을 잡아 달러의 상승세를 도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달러 강세로 수입 물가를 잡아 물가 안정을 꾀할 수 있고, 아시아와 유럽은 인플레 압력을 덜어 경기 진작에 매진할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유럽과 일본보다 나아 보이는 것은 저간의 달러 약세에 힘입은 것이다.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 유럽과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향상되고, 미국 경제는 다시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금의 달러 강세가 오래갈수 없는 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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