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 오리무중 세계증

“휴~!” 어제 지구촌 주식시장에서 들린 투자자들의 한숨소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세계 주식시장이 일단 한숨은 돌렸다. 전날 대폭락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던 런던ㆍ파리 등 유럽의 주요 증시는 반등세로 마감했다. 다음날 문을 연 아시아시장도 대부분 안정을 되찾아 일단 패닉(공황)상태에서는 벗어난 듯 하다. FRB의 이번 금리인하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그만큼 효과도 컸다. 긴급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9ㆍ11테러’가 터진 직후인 지난 2001년 9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인하폭도 1982년 이후 26년 만의 최대수준이다. FRB회의는 오는 30일로 예정돼 있었다. 1주일을 앞당긴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는 연일 폭락 아니면 급락을 거듭했다. 금리를 인하하기 전 뉴욕 나스닥선물지수는 무려 500포인트나 떨어졌다. 방치했다가는 겉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FRB의 조치로 세계 증시가 일단 안정을 찾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너무 급한 나머지 FRB가 나서 잔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로벌 주가의 동반하락의 1차적인 원인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꼽힌다. 이는 잔불이다. 불씨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되던 저금리에서 찾아야 한다. 저금리가 빚어낸 부작용이 해소되기 전까지 불안은 여전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 되돌아가보자. 글로벌 증시는 10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다. 증시는 돈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이른바 금융장세의 성격이 짙었다. 돈이 너무 많이 풀리다 보니 경제 곳곳에서 정도를 벗어난 투자행태도 기승을 부렸다.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은 파생상품을 이용해 수건돌리기와 같은 거래를 일삼았다. 개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낮은 금리에 맛을 들여 외상으로 집을 사고 주식투자에 나서는 등 자산부풀리기에 열을 올렸다. 저금리로 경제에 잔뜩 거품이 끼었던 것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 했다. 넘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결국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은 물가를 자극했다. 각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돈줄을 조이기 시작했다. 고금리에 유동성감소로 돈이 줄어드니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집을 내놓았다. 집값은 떨어지고 주택담보채권은 부실이 났다. 채권부실로 금융사의 리스크와 손실은 커졌다. 금융사의 부실은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지금의 주가급락사태는 지난 10년 동안 즐겼던 풍요의 대가인 셈이다.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도 그런 거품 가운데 하나의 현상이다. 거품은 자연스럽게 꺼지도록 놔둬야 한다. 인위적으로 끄려 하거나 계속 부풀려서는 더 큰 탈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의 이번 금리인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저금리에서 비롯된 부작용이 꺼지는 과정인데 다시 금리를 낮춰 풀겠다는 것은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경기침체와 함께 인플레 위험에 동시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대폭적인 금리인하는 인플레를 가중시켜 경기를 더욱 가라앉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 주가는 약세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더욱 그렇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지금 낙관을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게 마련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증시격언도 있다.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냉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지나친 낙관도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주가가 동반폭락했던 ‘9ㆍ11테러’와 ‘차이나 쇼크’의 경험을 보면 급락한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지금은 성급한 판단보다는 인내심을 키울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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