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그룹<동경R&D센터>:4(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기능·디자인서 안전·공해까지 끝없는 연구/「미래차」 개발 아이디어산실/국내외 11개 연구소 연결 신기술·정보 파악/도로항법장치·수소 대체연료 만들기 “구슬땀”도쿄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지하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지바(천엽)현 인자이(인서)시는 우리나라의 용인군보다도 작은 자그마하고 한적한 동네다. 지하철 북총선 종점인 인니시마끼노하라(인서목원)역에서 내려 자동차로 2∼3분만 가면 기아자동차 세계화의 중심부인 기아동경기술개발센터가 나온다. 이곳은 일본의 유명 자동차회사들이 모여있는 도쿄에 근접, 연구소가 들어서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기아자동차는 바로 이곳에서 세계시장 공략의 웅지를 피우고 있다. 기아자동차 도쿄연구소(기아동경R&D센터)는 지난 88년 7월 아시아 기업 최초로 일본 기아저팬(KIA JAPAN)이라는 현지법인 산하에 설치됐다. 이어 지난 95년 6월22일에는 인자이시에 새로 건설된 연구소에서 김선홍 회장, 현지법인 이무영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을 열었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일본에 연구소를 설치했지만 아직 자체건물 없이 1개층을 임대해 연구실로 사용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도쿄연구소가 준공되자 일본 대부분의 신문·방송사들은 아시아 기업으론 처음으로 일본에 연구소를 상륙시킨 기아그룹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 때부터 연구소는 일본의 자동차 첨단기술을 국내로 실어나르는 기술파이프라인의 역할을 본격화 했으며 자동차설계의 중추적 기능을 맡게 됐다. 제일교포인 기아저팬 이사장은 『일본은 혼다·도요타 등 11개 완성차 메이커가 연간 1천만대 가량을 생산하는 자동차 역사 1백년의 나라』라며 『내수시장의 94%를 일산이 점령하고 나머지 6%를 독일의 벤츠와 미국의 포드,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 등 빅3가 다투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 기아는 자동차생산 대국인 일본시장을 뚫으면 세계시장 공략은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대부분 현지인들로 채용, 인력운용면에서도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저팬은 총 73명으로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이 16명, 연구를 담당하는 직원은 55명이다. 연구원들 중 12명이 한국사람이고 44명이 일본인으로 70%이상이 현지채용 일본인이다. 앞으로 2단계 투자가 끝나는 99년까지 일본인을 1백20명으로 더 확충할 계획이다. 기아 도쿄연구소는 프랑크푸르트와 LA, 디트로이트 등 3개의 국제연구소와 국내 8개 연구소를 연결하는 글로벌 연구시스템의 중심축으로 대외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첨단기술을 공급한다. 프랑크푸르트연구소는 엔진분야, LA연구소는 디자인분야, 디트로이트연구소는 공해문제와 컴퓨터 관련부문 등으로 각각 지역별 비교우위의 기술을 흡수토록 연구테마를 특화했다. 특히 도쿄연구소는 연구과제로 92년까지 엔진개발만 담당하다 93년부터 자동미션, 96년부터는 차량 디자인도 함께 다뤄왔다. 올 하반기부터는 배기가스 등 공해문제, 앞으로는 안전부문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신기술은 세계적으로 자동차 대국인 일본시장에서 가장 많이 개발되며 일본에선 보통 5년단위로 신기술이 개발된다. 도쿄연구소는 전문가가 항상 일본의 자동차전문신문, 경제신문, 잡지 등 미디어를 분석, 스크랩을 하고 신기술이 발표되면 곧바로 정보를 분석, 매일 상오 본사에 보고한다. 목희수 기아도쿄기술연구소 소장은 『동경연구소의 긴밀한 정보분석과 보고체계는 일본에서 느끼는 것을 본사에서 거의 같은 시각에 같은 감각으로 느끼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직접분사식 가솔린엔진과 하이브리드카 등의 신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직접분사식 가솔린엔진은 연료를 30%가량 절약이 가능하고 축력은 10% 상승케 하는 엔진 기술이다. 하이브리드카는 모터와 엔진을 붙여 브레이크때 낭비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 초기 가속때 모터 구동을 돕는 방식으로 연료소모를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도쿄연구소는 이같은 기술을 현지에서 현지인 연구원들을 이용해 철저하게 분석, 한국의 중앙연구소에 보고한다. 기아자동차 도쿄연구소가 개발해낸 성과도 눈부시다. 연구소는 출력이 15%가량 향상되었으나 연료소비는 적고 조용하며 배기가스도 30%가량 줄인 2,000㏄엔진을 지난 95년에 개발하는 쾌거를 이룩했으며 지난 96년에는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개발, 다산 기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와함께 겉으로 드러나 부자연스런 안테나를 열선식으로 자동차 뒷면 글라스에 부착시키는 글라스안테나(라디오용)도 지난 96년 2월께 개발, 포텐샤 생산에 적용시켰다. 글라스안테나를 부착시킨 차량은 지난 4월부터 시판되고 있으며 기아저팬은 TV용 글라스안테나도 개발중이다. 기아 도쿄연구소는 96년도부터 신기술로 만들어지는 3가지 형태의 첨단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차체와 새시를 포함한 첨단 차량디자인 2개 종류를 개발, 금년중에 양산할 예정이다. 또 목적지와 현 위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도로항법장치인 네비게이션과 수소가스 CNG 등 대체연료에 대해서도 연구중이다. 도쿄연구소는 기존 기아 차량의 기능 개선점과 문제점 등을 분석, 본사에 제공하고 신차가 나오면 시제품 단계에서 일본에 가져와 현지에서 일본 차량의 기준에 맞춰 평가하기도 한다. 배기가스 기준 등 도쿄의 자동차 기준이 세계 자동차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기아저팬 연구소의 일본직원들은 도요타 혼다 등 11개 일본 자동차회사의 퇴직자와 대졸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건비는 본사에서 파견한 한국인 주재원보다 일본 현지인이 훨씬 적게 들어간다. 이에따라 기아저팬은 앞으로 계속 현지인 비중을 늘려나간 다는 복안이다. 일본인 연구원들은 예상외로 열심히 일한다. 자신들의 아이디어 채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채택에 따른 성취감에 크게 만족하는 편이다. 기아연구소는 지역사회 발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문화마찰을 줄이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연구원들을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것 외에도 각종 체육대회를 비롯, 식목행사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지원하기위해 인근 지하철역에 기아저팬 홍보간판도 설치했다.<동경=오현환 특파원> ◎인터뷰/목희수 기아 동경R&D센터 소장/“내달부터 스포츠카 「엘란」 일서 첫 시판… 가격 경쟁력 제고에 최선” 목희수 기아도쿄R&D센터 소장(46)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뒤 지난 74년 기아자동차에 입사, 중앙기술연구소에서 20년이상 연구에만 전념해 왔다. 목소장은 중앙기술연구소 승용차PT(Power Train)설계부 부서장으로 재직하다 올초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기아도쿄R&D센터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포츠카 「엘란」이 승용차론 국내 사상 처음으로 곧 일본에 시판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일본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기 때문에 그동안 신중을 기해 왔다. 한국 승용차 사상 처음 오는 8월부터 일본에서 시판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올 판매목표는 1백대 가량으로 잡고 있다. 한국 자동차회사가 세계 자동차업계를 리드할 날이 멀지 않다. ­본사와의 신기술정보 전달체계는. ▲일본에선 보통 5년단위로 신기술이 뜬다. 이같은 기술정보는 현지 경제신문, 자동차전문신문, 일간지 등을 통해 입수하며 스크랩 후 매일 아침 한국 본사에 보고한다. 또 신 기술이 나올 경우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 새모델 설계때 반영한다. ­현지인 연구원을 구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지난 96년 4명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내자 대졸자 4백60명이 응시했다. 올 채용에서도 많은 현지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산과 일산 승용차의 성능 차이는. ▲기아자동차는 국산화율이 98%에 이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다만 국산화 안된 2%선에 해당하는 로열티 때문에 일본 등 선진국 차량에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일본에 연구소를 세운 이유는. ▲일본에서 통하는 기술은 세계에서 통한다. 세계자동차시장의 기술·시장 정보가 일본에 가장 많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시장의 판매 집계를 인도네시아보다도 일본에서 더 빨리 구할 수 있다. 이밖에 금융지원·부품조달 등의 잇점도 있다. ­도쿄 연구소가 중점을 두는 분야는. ▲92년까지는 엔진만 구상했으나 93년 자동미션, 96년부터는 차량디자인 연구를 병행해왔다. 올 하반기부터는 공해문제까지 담당할 예정이며 점차 자동차의 전분야로 확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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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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