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개를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은 무엇인가. 경제주체들이 저마다 이 땅에서 돈을 쓰고 돈을 투자하고 싶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이런 말을 하면 경제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우리가 언제 돈을 소비하거나 투자하지 말라고 방해를 한 적이 있습니까. 그런 정책이 있으면 저에게 한 가지라도 알려주세요’라는 답이 어김없이 나온다.
세상사를 방어적으로 대하지 말고 마음을 문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시중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어차피 자본주의란 돈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써야 한다. 그리고 돈을 가진 사람들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하려고 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서로서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주면서 선순환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구도가 상당히 약해진 상태가 바로 지금의 한국 경제다. 근래 국무조정실과 재정경제부가 레저ㆍ교육ㆍ의료 관련 해외지출 규모가 120억달러에 달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국내 소비로 돌리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서둘고 있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기본이 이제서야 정부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내친 김에 정책당국자나 정치권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안을 하고 싶다.
결국 정책이라는 것도 사람들의 마음과 신뢰를 사야 한다. 특히 돈을 쓰고 투자할 만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율이 올라가고 새로운 세목이 신설되고 준조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진실 여부를 떠나서 누군가 자신들의 돈을 빼앗아갈 의도로 만들어진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추세들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일수록 그런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들의 불안감을 근거도 없고 쓸데없는 것으로 간주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 당국자들이 경제주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크게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한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시야를 넓히는 일이다. 우리끼리 경쟁하던 시대는 이미 끝이 났다. 그렇다면 경쟁으로부터 보호받았던 분야까지 포함해 사회 전분야에서 좀더 경쟁적인 기조와 정책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형평과 평등을 내건 정책들은 결국 관련 산업의 부실로 연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경제정책의 기본적인 방향과 이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개혁의 이름으로 시행된 정책들이 오히려 부정적인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이다.
지금 세대야 그럭저럭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세월을 낭비하고 이렇게 좁은 시야에서 아옹다옹 다투다 보면 다음 세대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정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과제들을 바른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세월을 아껴서 노력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경쟁에서 본격적으로 노출된 한국 기업들 역시 사활을 건 생존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방위의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각각의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면 된다. 가야 할 길은 너무 명확하고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을 별로 많지 않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