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하녀' 칸 영화제서 공식 상영

평론가 반응 '미지근' 필름마켓선 '호평'<br>일반 관객 뜨거운 호응 이어져 '절반의 성공' 평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대부분에 기립박수가 터진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밤 임상수 감독의 작품 '하녀'가 공식 상영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도 기립박수는 터졌다. 대사가 울릴 정도로 웅장한 극장 안은 박수소리로 가득 찼지만 동시에 차가울 정도로 고요하기도 했다. '열정의 박수'라기 보단 '존중의 박수' 에 가까웠다. 이미 '밀양'(2007)으로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전도연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배우 윤여정과 귓속말을 나누며 박수를 즐기는 여유를 보였고 임 감독은 뿌듯한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실망하는 분위기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환호하거나 열광하지도 않았다. '적당한 박수와 침착한 답례'. 63회 칸 국제 영화제에 진출한 두 편의 한국 영화 중 첫번째로 공개된 영화 '하녀'의 공식 상영이 끝난 극장 안의 반응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영화가 극장 안을 벗어나자 반응은 좀 더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리메이크가 아니라 재해석 아닌가?" 14일 '하녀'의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사회자가 임상수 감독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다. 임 감독이 원작으로 삼은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영화인들이 손꼽는 문제작이다. 미국의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하녀'를 복원해 지난 2008년 칸 영화제 클래식에 초청 상영된 바 있다. 김 감독의 원작을 아는 평론가들이 임 감독의 '하녀'에 대해 미적지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하녀'의 공식 상영 다음 날인 15일 칸 영화제 소식을 매일 전하는 영화 전문지들은 '평이한' 평점을 내놓았다. 평론가 9명의 별점을 모은 영국 영화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의 집계는 2.2점(4점 만점), 프랑스 15개 매체의 평점을 모아 발표하는 '르 필름 프랑세즈'는 1.67점(4점 만점)이었다. 찬사랄 것도 혹평이랄 것도 없는 점수다. 참고로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당시 10개 매체로부터 2.4점을 받은 바 있다. 미적지근한 평론가들과는 달리 일반 관객들은 '재밌다', '괜찮다'는 반응이 많았다. 공식 상영이 끝나자 "여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화려한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등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공식 상영 후 입소문에 힘입어 필름 마켓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하녀'의 판매를 담당하는 제작사 미로비전 관계자는 "1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마켓 스크리닝(바이어들이 작품 구매 전에 영화를 보는 것)에 사람이 넘쳤다"고 말했다. 평론가의 호평이 대중의 사랑으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때 대중과 시장의 호평은 '절반의 성공'으로 볼만하다. 한편 임 감독은 공식 상영 후 "상을 받아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칸 영화제의 수상 가능성은 자체 심사 뿐 아니라 각종 매체의 반응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영화에 대한 평은 분분하지만 연기에 대한 평은 호의적"이라고 밝혔다. 임감독의 자신감이 '현실화'될지는 오는 23일 폐막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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