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설 선물 주고 받기… 내수회복 불지피자

정부 앞장 '드라이브' 기업·서민도 환영<br>유통업계등 매출 늘려잡고 '명절대목' 기대




설 선물 주고 받기… 내수회복 불지피자 정부 앞장 '드라이브' 기업·서민도 환영유통업계등 매출 늘려잡고 '명절대목' 기대 • 지자체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 • 부담없는 선물 어떤게 있나 • 기업 올 설 선물 계획은 모 대기업 L과장은 설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평소에 막역하게 지내는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대학선배에게 선물을 보낼 지 말지 판단이 안 서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에 정성스레 마련한 선물이 '선물 안주고 안 받기 캠페인'탓에 되돌아온 적이 있어 올해는 어찌해야 할지 난감한 것이다. L과장은 "뇌물이나 청탁이 절대로 아닌데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산 것 같아 선배에게 무척 미안하기도 했고, 서운하기도 했다"면서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는 좋지만 불황으로 힘든 가운데서도 생활비를 쪼개 마련한 조그만 선물조차 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설에는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하듯 정부는 지난해말 '선물 주고받기'를 제안한 이해찬 총리를 필두로 농림부, 정보통신부 등 일부 부처가 나서 강력한 '선물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는 각박한 경제상황 속에서 자칫 실종될 수도 있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을 이어가고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려보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움직임에 기업과 서민들은 모두 환영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10여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설과 추석은 대목 중에 대목인데 이때라도 장사가 잘돼야 요즘 같은 불경기에 허리를 필 수 있지 않느냐"며 "아무리 어려워도 명절엔 선물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기업들로 이를 반기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20%를 차지하는 생활용품 업계는 설 기간 예상매출을 지난해에 비해 10~20%가량 늘려 잡았다. 특히 지난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위해 벌였던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캠페인'이 기업, 시민사회로까지 확산되면서 '명절 장사'에 타격을 입었던 유통업계는 이번 정부의 '선물 드라이브'가 소비부진을 살려줄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신재호 판촉팀장은 "윤리경영에 기반하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선물을 주고 받는다고 해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선물 주고 받기가 활성화되면 내수경기 회복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도 공직자 윤리기강이 헤이해 질 수 있다는 비판을 견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기는 분위기다. 정보통신부의 한 공무원은 "정통부의 경우 3만원 이상의 접대 식사를 금지하는 등 내부 규정을 만들어 이에 따르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선물주고 받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마음을 담은 소액의 선물을 하는 것은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일시적인 '선물 주고 받기 운동'만으로 내수회복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또한 지난해 공무원 윤리기강 확립과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선물을 자제하자고 했던 정부가 경제를 이유로 몇 달 만에 입장을 바꿔 공직기강을 스스로 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은 "경제를 살리자는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의하고, 선물 주고 받기가 작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선물을 주고 받는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며, 국가가 세운 원칙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입력시간 : 2005-01-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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