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제와 관련,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면책(免責)’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분식회계를 기업의 책임으로만 묻기는 어려우며 마지못해 한 기업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고 열린우리당 홍재형 정책위원장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해 긍정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ㆍ여당의 이 같은 방안은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결과적으로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과거분식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아예 소송대상에서 제외하던가, 3~5년 동안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기업들로서는 일단 과거사로 인한 소송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분식회계가 관행처럼 이뤄졌던 게 사실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정리 없이는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은 뻔한 일이다. 이렇게 되면 패소시의 배상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소송과정에서의 기업이미지 실추 및 주가하락 등으로 기업활동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주식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가뜩이나 힘든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물론 과거분식 선처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평성 시비,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조장 등과 함께 개혁 후퇴로 비칠 수도 있다. 여당 일부와 시민단체 등에서 면책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취지를 생각하면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기업들의 분식회계가 잘못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된 과거를 들춰내 벌을 주는 것보다는 앞으로 분식회계ㆍ주가조작 등의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 집단소송제 도입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다가 과거 분식회계를 문제삼을 경우의 부작용 등 현실적인 문제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과거분식 문제에 대한 전향적 사고와 접근이 옳은 방향이며 이왕 그렇게 하기로 했다면 기업들의 부담을 더 많이 덜어주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