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가하락 반갑긴 하지만…"

美등 장기침체 가능성이 우리경제 또다른 복병<br>한국 수출비중 높아 직격탄 맞을수도


국제유가 하락을 반길 수만은 없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12.3%인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유럽연합(EU)에마저 경착륙 신호가 켜져 유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 최근 성장세 둔화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중국 경제 역시 올림픽 이후의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는 한국경제에는 유가하락이라는 호재에도 불구,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이 나타나 또 다른 복병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추가적 위축 없이 투기수요만 감소해 유가가 하락한다면 최선의 시나리오겠지만 유가 하락이 세계 경기침체에서 비롯되고 그 폭도 제한적이라면 수출 주도형의 한국에는 좋지 않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 분석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일 ‘미국 가계부채의 급증과 조정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가계부채가 향후 4년여의 조정기간을 거쳐야 하는 등 미국 경제가 수년간 저성장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미국의 유수 언론 매체인 뉴욕타임즈는 “미국 경제가 공식적으로 침체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침체상태에 빠져 있으며 최악의 상황이 아직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신문은 더 나아가 “현재의 경제 상황은 지난 1980년대 초 두 번의 경기침체가 나타난 후의 가장 고통스러운 하강 국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집값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거의 배로 오른 후 지금까지 17% 떨어졌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10%에서 15% 정도 추가 하락할 것이며 그 기간은 2년 이상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 하락의 여파로 이미 3,000억달러를 넘어선 금융권의 손실이 1조달러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유럽지역의 경제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유로존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유럽은 글로벌 경기둔화의 악화에서 벗어나면서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해왔지만 경착륙 및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유로존에서 제일 큰 경제 권역인 독일 경제는 제조업 신규 수출 물량이 6개월 연속 줄어들며 성장세가 마감되고 있고, 영국 역시 주택시장이 몰락하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며 비슷한 모양새를 보였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22.7%에 달하는 중국 역시 향후 경제 흐름은 불투명하다.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종전 10.5%와 10.0%에서 10.1%, 9.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주요 국가의 경기침체 장기화나 경착륙 가능성은 수출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에 고유가 못지않은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국제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은 채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만 위축될 경우 ‘수출위축→기업의 재고증가→생산감소→투자축소→고용위축’ 등의 악성 메커니즘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자원부국들의 성장 정체도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 수출 호조세의 1등 공신은 ‘자원부국’에 대한 자본재 투자 확대였는데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 이들 지역의 투자활동 위축으로 수출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ㆍ인도 등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어 고유가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좋지 않은 그림 중 하나가 제한적 유가하락, 미국ㆍEU 등 거대경제권의 경제 위축 등이 나타날 때”라며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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