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빈은 장쉬와 5번기를 치르게 되자 장쉬의 기보를 모두 구해 연구했다. 그 가운데는 자기와 둔 3판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위빈이 세우게 된 작전은 ‘두텁게 두고 기다린다’였다. 그의 작전은 착점의 곳곳에 보인다. 우선 백20으로 끊은 이 수순이 두터움의 전형이다. 참고도1의 백1로 받는 것도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흑에게 2와 4를 허용하고 나면 어쩐지 흑의 의도에 말려든 느낌이다. 그는 백20으로 끊어 천천히 가기로 했다. 백24로 다시 한번 단속한 것도 일관된 작전이었다. 다소 발이 느리긴 해도 이렇게 다부지게 두어놓으면 차후의 전투에서 힘을 쓸 수가 있음을 위빈은 잘 알고 있다. 오늘 따라 장쉬는 넘치는 투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흑27로 눌러간 이 수는 꼭 지금 서두를 필요가 있는 것일까. “백이 반발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한 수 같군요.” 사이버오로의 해설을 맡은 강만우8단의 말에 옆에 있던 서봉수9단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뭐 손해수는 아니니까.”(서봉수) 백의 반발은 참고도2의 백1을 말함이다. 이것이면 흑은 2로 차단하고 백은 3으로 기대면서 흑 2점을 공격하는 바둑이 된다. 그러나 위빈은 한참 망설이다가 실전보의 백28로 곱게 참았다. 장쉬의 흑29 역시 매우 격렬한 수법. 강만우8단은 흑이 가에 벌릴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것이 빗나갔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