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 총협회(경총)가 올해 임금인상률 기준(가이드라인)을 4.3%로 확정, 발표했다. 경총의 가이드라인은 금년도 임금협상에서 사용자측이 노조에 제시할 인상률의 기준선으로서 일종의 권고 사항이나 다름없다. 경총은 인상률을 이같이 결정한데 대해 “경제성장률ㆍ기업의 지불능력ㆍ생산성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인상률 4.3%는 지난해의 4.1% 보다 약간 높은 수치지만 노동계의 요구선(평균 11.3%)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어 벌써부터 올 춘투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춘투에 대한 걱정은 노동계가 경총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절대 수용불가`의 입장을 밝힌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노동계는 지난해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 등 국가적 행사를 의식, 당초의 강경투쟁 노선에서 자제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금년에는 작년의 부족분에다 신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치가 한꺼번에 분출, 간단치 만은 않게 됐다. 특히 `태풍의 눈`인 주5일 근무제까지 연계될 경우 자칫 산업현장마다 노사 평화를 찾아보기 어려울런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새해 들어 경제가 여간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중동전 발발 가능성에 따라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30달러선을 넘어섰으며 환율은 강세를 지속, 수출환경이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다. 원자재값 도 올라 물가가 덩달아 폭등, 소비심리는 극도의 위축상태다. 기업들의 직접 자금조달 창구인 증시는 맥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계가 `임금인상` 카드를 들고 가세할 경우 우리 경제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일본에서는 임금동결을 선언하고 있는 노조가 줄을 잇고 있다. 노조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 고용유지를 먼저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기업으로도 꼽히고 있는 도요타(豊田)자동차는 지난해 경상이익만도 사상최대인 1조5,000억엔을 기록했지만 노조가 임금포기를 제안했다. 일본최대의 통신업체인 NTT를 비롯, 대형전기ㆍ조선업체들도 같은 이유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노동절은 노사화합의 장(場)으로 그 성격이 바뀐지 오래다. 대립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사에 시사하는 바 크다.
협상은 항상 상대가 있게 마련이다. 자기 주장만 고집한다면 대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총의 가이드라인도 적절한 선인지 한번 따져 봐야겠지만 노동계도 지나친 임금인상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외국인 투자자도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 이제 우리의 노사문화도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바뀔 때가 됐다.
<윤가람 (주)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