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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종영한 KBS 드라마'비밀'은 신조어'비토커'(비밀+스토커)를 탄생시켰다. 드라마 반복시청까지 마다치 않는 열혈 시청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각 장면에 담긴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거나 극의 전개를 논리적으로 추리해 가며 드라마를 즐겼다.'비토커'들이 블로그나 SNS 등에 올린 드라마에 관한 글은 시청자들에게 두루 회자되고, 의도치 않은 입소문 효과까지 얹어 드라마 흥행을 견인하기도 했다.
#tvN 드라마'응답하라 1994'는 케이블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1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 드라마 시청자들 사이에는 스무고개 하듯 즐기는 독특한 놀이 하나가 있다. 극 중 인물인 '성나정(고아라)의 남편 찾기'다. 신촌하숙집 딸 성나정이 훗날 하숙집에 머무는 5명의 남자 중 한 명과 결혼하는데, 그 인물이 누구일지 추리하며 SNS로 주고 받는다.
'스마트(똑똑한)'한 시청자가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 생산자로 변신했다. 문화 콘텐츠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제2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
그 바탕에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커뮤니티 발달 등이 한 몫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 생산이 과거에 비해 어렵지 않고 그것을 배포하는 공간도 다양해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게는 '제2콘텐츠 생산'이 일상이 돼 버렸고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잡았다.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들 역시 대중이 쏟아낸'제2콘텐츠'를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여름, 헬멧을 착용하고 독특한 춤사위를 선보여 선풍적 인기를 몰고 온 걸그룹'크레용팝'은 대중들이 쏟아낸 각종 패러디 영상에 오히려 상당한 수혜를 입었다. 조금씩 변형돼 양산된 여러 패러디 콘텐츠들이 온라인에서 동시다발적인 입 소문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수 이승철은 자신을 패러디 한 콘텐츠 일부를 본인의 앨범 쇼케이스 포스터 홍보물로 활용하기도 했다.
패러디가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 방영됐던 드라마 두·세 편을 교차 편집해 전혀 다른 내용의 신선한 영상물을 만들어 인터넷 상에서 주목 받기도 한다. 가수들의 독특한 몸짓과 표정을 잡아내 다양한 패러디물을 쏟아내며 기지를 뽐내기도 한다.
최근 유튜브 조회수 20만 건을 기록하는 등 온라인에서 인기 끄는'굿브라더'와'주군의 시크릿'(드라마'주군의 태양'+'시크릿')이 그들이다. 인터넷 필명'라파'를 쓰고 있는 이가 제작한'굿브라더'는 제빵왕 김탁구, 굿닥터 등 배우 주원의 출연작을 교차 편집해 4분 남짓의 영상으로 엮었다. "한 편의 또 다른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등 그의 편집 능력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루고 있다.
패러디의 진화는 콘텐츠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에도 상당수 기여할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콘텐츠를 놓고 호흡하는 시대가 됐다"며"패러디 제작 경험들이 축적돼 훗날 콘텐츠 생산 일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만큼 보다 나은 콘텐츠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든든한 토양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