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이틀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상승세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단기랠리를 이끈 호재들은 재료로서의 가치가 소멸된 반면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악재들은 재차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증시가 최근의 과열권에서 벗어나 약세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14일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프로그램 매물까지 가세하며 전일보다 4.10포인트 떨어진 609.97포인트로 마감했다. 개인들이 1,6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매수세를 보였지만 장세를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일의 급락세에 비해서 하락폭은 다소 진정됐지만 다시금 600선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분위기다.
◇소멸된 호재와 부각되는 악재들=최근 단기랠리를 이끈 호재들은 소멸되거나 약화된 반면 악재들은 점차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약세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달 말부터 이 달 중순까지 이어진 단기랠리의 모멘텀은 금리인하 기대감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였다. 하지만 전일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결정하면서 오히려 재료 노출에 따른 하락세를 경험했고 한국은행이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친 점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또 14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심리가 우세한 가운데 기대와 달리 북핵과 관련한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화물연대의 파업에 따른 물류시스템 마비사태는 사스 충격과 함께 하반기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카드채 만기연장 시한인 6월말이 점차 다가오면서 카드채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선뜻 매수에 나서길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상승장에서 수면 아래 잠겨 있던 각종 악재들이 점차 노출되고 있는 국면”이라며 “시장이 악재에 대한 내성을 가졌지만 악재가 계속 이월된다는 것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상승세 이끌 투자주체 부재=이날 개인들이 1,642억원의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지만 지수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들이 사흘만에 매도세로 돌아서며 797억원을 팔아치웠고 기관도 1,000억원 넘게 매도했다. 기관 매도분 가운데 프로그램 매물도 430여억원에 달했다.
이같이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과 1조원이 넘는 매수차익거래 잔액에 대한 부담을 고려할 때 시장을 이끌 매수주체가 쉽사리 부각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프로그램 매물이 소규모로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줄 매수세력이 없을 경우 지수에 미치는 충격은 커질 수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최근 미국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서 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이는 달러화 약세와 원화 강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출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달러 약세 용인정책은 미국 증시의 상승흐름에 아시아 등 전 세계 증시가 동참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600선 지지 다시 시험 받을 듯=전문가들은 3월 중순부터의 상승세가 630선에서 단기 고점을 확인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정장세가 이어지면서 다시 600선에서의 지지를 시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단 600선에는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 있어 지지선 역할이 기대되지만 재료 및 수급상황을 살펴볼 때 낙관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만약 600선이 무너진다면 다음 지지선은 4월말부터의 단기랠리의 출발점인 570선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덕현 한화증권 시황분석팀장은 “당분간 증시가 상승 추세로 돌아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600선 아래에서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박스권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