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이라크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상승과 수출 지연에 시달리면서 경영난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경유를 주원료로 아스콘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원가부담이 전쟁전에 비해 20% 가량 늘었으며 철강, 원사 업체들도 원재료 가격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중동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수출신용장 발송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기존 바이어들이 오더를 아예 중단해 일부 생산라인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4월 한달동안 전체 휴무를 계획하는 업체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동지역 수출기업을 포함해 207개사를 대상으로 `이라크 전쟁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5%가 유류와 원자재 가격상승을 가장 큰 경영애로로 지적했으며 수출거래와 상담의 중단, 내수감소, 해상운임 등 물류비 증가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 상임고문은 “이라크전쟁이 장기전으로 전개될 경우 원자재 수입과 중동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문을 닫는 업체들이 나올 위험성도 있다”며 “일시적인 자금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아스팔트와 경유, 벙커C유 등을 주원료로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아스콘 업체들이 원가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라크전쟁으로 아스팔트 단가가 지난해에 비해 kg당 240원에서 300원으로 20% 가량 올랐으며, 경유와 벙커C유도 각각 10% 이상 상승한 가격으로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아스콘조합 김수웅 전무는 “아스콘 업체들은 생산품의 50%를 조달청 등 정부단체에 공급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단가계약에 반영하지 못해 경영악화가 가중되고 있다”며 “9개 지방조합과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공급단가를 인상하는 제안서를 정부기관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인리스 제품을 생산하는 M사도 똑같은 처지. M사 사장은 “스테인리스 원자재 가격이 17% 이상 오른데다 5월중 5% 이상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사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라크 사태로 주문량이 80% 이상 급감해 다음달 30일까지 50일간 전체 휴무를 계획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중동지역에 보안제품과 굴삭기 부착품, 금가공 등 귀금속 업체들도 수출전선이 허물어져 고통을 겪고 있다. 지문인식기를 생산하는 I사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이집트 등 중동국가에 매월 20만~25만달러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공급이 차단된 상태. I사 사장은 “생산품의 50% 가량을 수출하고 있고, 이중 중동시장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해외 바이어들이 수출신용장을 지연시키고 있어 현금흐름이 꽉 막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굴착기용 유압브레이크를 생산하는 A사도 중동지역 수출비중이 60%에 달하지만 지난달부터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회사와 이미 체결한 8만달러 물량도 선적이 불투명하고 요르단 바이어와 계약한 37만달러도 수출신용장 지연으로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한편 합성수지가공기계조합은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리는 `두바이 플라스틱 산업전`에 출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참여업체들이 잇따라 불참을 통보해오고 있다. 이미 전체 행사비용을 전시회 운영본부에 지불한 상태여서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