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유사등 수입업체 큰타격

할인료도 스프레드 400bp까지 치솟아 "부르는게 값"


국내 은행들이 유전스 발행업무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은 외화유동성이 부족한데다 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인수은행들이 유전스 인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유전스를 개설하게 되면 외국은행(인수은행)과 맺은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발행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의 인수은행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유전스 인수를 꺼리는 것도 신규 발행이 어려워지는 원인이다. ◇수입업체들에 큰 타격=유전스는 일정 기간 동안 지급이 유예되는 기한부 어음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스는 수입업자와 수출업자ㆍ발행은행ㆍ매입은행ㆍ인수은행 간 거래로 이뤄진다. 수입업자는 수출업자와 계약을 한 뒤 국내 발행은행을 통해 유전스를 개설한다. 수출업자는 발행은행에서 보내준 신용장을 바탕으로 물건을 수출하고 매입은행에서 대금을 미리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인수은행은 매입은행에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발행은행에서 추후 돈을 받게 된다. 수업업체가 유전스를 개설하게 되면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해 이를 처분한 뒤 은행에 어음을 결제하면 된다. 수출업체도 매입은행을 통해 선적서류 등을 제출하면 수출대금을 먼저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유전스 개설이 어려워지면 수입업체들은 수입대금을 먼저 지급해야만 한다.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유사 등 유전스를 많이 이용하는 대기업들 입장에서도 대금을 먼저 결제해야 하는 만큼 유동성에 부담이 된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전스 신규 개설이 매우 까다로워졌고 큰 금액의 유전스는 개설조차 어렵다”며 “예전에는 은행들에서 먼저 찾아와 개설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할인료도 부르는 게 값=발행은행이 인수은행에 지급하게 되는 할인료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할인료는 인수은행에서 발행은행 대신 매입은행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면서 받는 일종의 수수료다. 보통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에 추가 금리를 얹어서 계산된다.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할인료를 간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통 발행은행에서는 인수은행에 유전스를 인수해주겠느냐고 협의한 뒤 유전스를 개설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협의 자체가 안 되고 있다”며 “8월 말만 해도 리보에 60~70bp를 얹어주면 발행이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스프레드가 300~400bp까지 치솟으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존의 유전스 계약 건에 대해 인수은행들이 할인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도 늘고 있다. 또 할인료를 미리 정하지 않고 나중에 대금을 정산할 때 계산하자는 요구도 나온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 얼마를 받겠다고 정해놓았는데도 나중에 할인료를 올려달라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을 포함해 외국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수입업체들의 고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전스나 외화대출 문제는 미국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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