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시작은 어떤 뚜렷한 계기가 있어야만 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3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 직장을 찾으면서 처음으로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헤드헌터로부터 `테일러메이드`라는 회사 이름을 듣고는 고급 양복 수입회사로 착각할 정도로 골프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다. 입사 후 모회사인 아디다스코리아의 골프동호회에서 주최하는 라운드에 참가하면서 골프와 첫 만남을 가졌다.
골프보다는 일에 몰두하던 중 골퍼라면 누구나 꿈꿀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다. 지난해 9월 박세리 프로와 용품사용 계약식을 하던 날 함께 9홀을 플레이 하게 된 것이었다. 박 선수는 첫번째 홀에서 보기를 범한 뒤 3번부터 8번홀까지 버디를 낚아 5언더파로 9홀을 끝냈다. `줄버디`보다도 첫 홀 보기를 범한 뒤 실수했던 칩 샷을 몇 번이고 연습하던 박 선수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의지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박세리 선수의 또 다른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슬라이스를 내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장님, 그렇게 치시면 제품이 팔리겠어요?” 하는 것이었다. 다음 홀에서 정성껏 때려 드라이버 샷이 똑바로 날아가자 이번에는 “물건 좀 팔리겠네요” 해서 한바탕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그 이후 골프 잡지도 읽고 국내 유명 프로선수들이 회사를 방문할 때마다 사무실 옥상에 있는 연습타석에서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 등 골프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됐다.
최근 오랜만에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라운드를 하면서 룰을 지켜가며 제법 진지하게 플레이 하는 모습에서 흐뭇함을 느꼈다. 먼 훗날 아들 내외와 우리 부부가 함께 라운드 하는 모습을 그려보면 마음이 설렌다. `정도를 지키지 않으면 결과에 아무 가치가 없다`는 골프가 가르쳐준 진리를 늘 떠올리며 골프와의 인연에 늘 감사하고 있다.
<박범석(테일러메이드 코리아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