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금융 구조조정의 명암

올해로 외환위기를 맞은 지 10년째가 됐다. 외환위기는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수출액은 3,000억달러를 넘어섰고 환율은 940원대로 떨어졌다.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지난 99년 12.9%에서 2006년 3월 1.2%로 급감했다. 외환보유고 역시 204억달러에서 지난해 11월 2,342억달러로 10배 이상 늘었다. 최근 ‘활력 잃은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총체적인 지표가 크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백개의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고 수십만명의 금융권 종사자들이 직장을 잃었다. 여기에 외환위기의 여파로 한 신협이 폐쇄되면서 한 개인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 사례도 있다. 지금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온양 중앙신협과 조영곤 전 이사장의 경우다. 조 전 이사장은 지역사회 유지로 92년 온양 중앙신협 창립이사장에 추대됐다. 신협 이사장이지만 고정적 급여는 없었다. 금융기관을 유치해서 주민들이 원활하게 자금을 융통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고 금융에 대한 아무런 전문지식도 없지만 비상근 명예직을 수락했다. 5,000여명의 조합원이 300억원의 예금을 맡겼고 5명의 상근직원이 관리를 맡았다. 외환위기 이후 신협은 구조조정의 한가운데 섰다. 2002년 11월 전국 105개 신협이 퇴출됐다. 중앙신협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는 여신을 줄이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조 전 이사장은 전직원의 간곡한 요청과 5,000여명의 조합원을 위해 가족ㆍ친지 등을 설득, 예금 3억3,400만원을 신협에 빌려주도록 했다. 2003년6월, 결국 중앙신협은 퇴출됐다. 조 전 이사장은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4억원을 변상했다. 그러나 가족ㆍ친지들은 신협에 빌려준 예금 중 2억5,9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들이 빌려준 돈은 예금자 보호가 되는 돈이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앞뒤 정황은 분명하지만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IMF를 통해 금융 시스템의 미비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금융의 문외한인 명예직 이사장이 경영에 책임을 물어 변상한 4억원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상황은 분명한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서류가 부족한 예금은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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