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피아 횡포도 대응하기 나름”/외국기업, 「러」 진출 러시

◎술·담배 등 영역침범 금물/회계·법률시장부터 침투/의류 등 현금취급 업종은 갱단·보안단체 등 고용러시아가 생각보다는 장사하기 괜찮은 곳이라는 인식이 외국기업들에게 확산되고있다. 그동안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았던 조직폭력배 마피아의 횡포와 러시아 특유의 기업환경도 적응하기 나름이라는 경험에서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진출하는 외국기업 수도 최근 급증하고있다. 현지업체와의 합작기업을 제외하고도 등록된 외국기업만 3만5천개에 이르고 있고 지금도 매달 수백개의 외국기업이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물론 상거래 체계가 아직 엉성한데다 기업행위를 둘러싼 범죄행위가 만연돼 있는데도 불구,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쇄도하고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러시아가 1억5천만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 아직 성숙되지 않은 시장이어서 선점효과가 매우 큰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외국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쓰라린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러시아가 대외개방을 시작한 91년 이래 외국기업들의 투자규모가 헝가리의 절반수준인 68억달러에 불과한 것은 대러시아 투자의 어려움을 잘 말해준다. 대표적인 예가 미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사. 지난 92년 필립 모리스는 말보로 담배를 직접 판매하기 위해 모스크바 거리에 러시아식 상점인 키오스크를 세우기 시작했으나 차례 차례 폭파당했다. 러시아 주재 미상공회의소 피처 차로 소장은 『금속거래업도 외국기업이 목숨을 걸고 들어가야하는 분야』라고 말한다. 러시아 내무부에 따르면 95년 한해만 이 업종에서 일했던 35명 가량의 외국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담배와 알콜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마피아들이 자신들의 영역침범을 용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이에따라 특정 업종은 아예 외국기업이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게 불문율로 되어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일할 수 있는 회계, 법률, 컨설팅회사들의 진출이 압도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법률회사 쿠더트 브라더스사의 브루스 빈 모스크바 법인장은 『여기서 일하는 것은 뉴욕과 파리근무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 재미있다』고 밝혔다. 외국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얻은 또 하나의 교훈은 범죄조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보호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의류업, 레스토랑 등 현금수입이 많은 기업일 수록 갱단이나 합법적인 보안단체를 고용해야 한다. 미신발업체인 리복사는 지난 92년 1천1백명의 직원의 사설 보안회사와 계약을 체결, 모스크바 전역의 소매점, 창고, 사무실 주위에 조직원을 배치했다. 리복사 관계자는 보안회사와의 계약이후 범죄조직으로부터 협박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상거래 질서에 밝은 현지업체와 합작관계를 맺는 것도 좋은 안전대책이다. 어떤 현지업체와 제휴하냐에 따라 기업의 앞날이 좌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뒷배경을 철저히 조사, 외국기업에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찾아주는 사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방 보안회사나 전·현직 러시아 보안요원이 운영하는 기업알선업체들은 1천5백달러에서 2만5천달러를 받고 현지 합작파트너를 찾아주고있다. 탈세는 절대 하지말아햐 한다는 것도 외국기업들의 숙지사항중 하나다. 러시아 세무당국의 조사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마피아들의 협박이 골치거리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주재 미상공회의소 피터 차로 소장은 『마피아가 탈세 사실을 용하게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각종 암초가 도사리고 있지만 러시아 특유의 기업문화에 잘 적응만 한다면 기업활동에 큰 애로는 없다고 외국기업들은 밝히고 있다. 실제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1천5백38건의 살인사건중 외국인이 관련된 것은 17건에 불과했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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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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