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 경제전문가 인터뷰]비키 틸만 S&P부사장

"한국경제 개혁토대 다졌다""한국은 이제 변화를 위한 시작의 단계에 있습니다.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사장 원리에 따르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무디스와 함께 뉴욕 월가의 2대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히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비키 틸만 부사장은 "경제 위기로 인해 한국이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가속화한 점을 인정, 지난해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면서 "개혁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세계 경제침체를 맞아 유리한 입장에서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개혁을 중단하지 않기 바란다"며 "다음 정부를 맡을 대통령 후보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개혁을 이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덧붙혔다. 뉴욕 맨해튼 남단의 S&P 본사에서 그녀를 만나 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11월에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BBB+'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S&P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도, 한국에 대해 등급을 올린 이유는 무엇입니까. ▲ 몇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가 경기둔화를 겪고 있지만, 많은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고, 경제의 중요한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정책들이 제도적으로 진행되고, 미래에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또 수출 분야에서 다각화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경기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우리는 한국 경제가 훌륭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력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유연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유연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 노동자가 자신의 기술을 이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쉽게 옮겨서 일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몇 년전에는 이런 일이 어려웠지요. 이러한 전략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예전에 없던 비즈니스에 새로운 일자리를 형성하는데 좋은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노동력은 새로운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이 창출된 직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 금융부분의 개혁은 어떻습니까. ▲ 금융부분의 성적도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의 부채 비율이 거의 200%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외환보유고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구요. 금융기관에 대한 전망과 건실성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또 다른 경기 침체를 맞더라도 이를 이겨낼 보다 개선된 입장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지난 98년 외환위기를 만든 요인들이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긍정적인 요인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것들이 한국 경제에 불안요인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앞으로 추진하길 기대하는 개혁은 기업 부분에서 대기업의 지분을 분산하고, 금융 부문에서 취약한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을 늘려나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거나, 자금 공급을 중단할 경우 중소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예상됩니다. 자금시장에 장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아직도 금융 개혁과 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예를 들면, 한국의 30대 재벌을 들여 다 봅시다. 신용평가의 이론을 기준으로 할 때 대부분의 재벌 기업들이 투자부적격 등급(none-investment grade)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 부분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됐지만, 우리는 더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의식 전환입니다. 만일 주주 권한이 인정되더라도, 누군가 나서서 주주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한국 경제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cautious optimism)'을 갖고 있습니다. - '신중하게 낙관한다'는 뜻은 무엇입니까. ▲ 한국의 신용등급 'BBB+'는 '시작(beginning)'을 의미합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뜻입니다. - 무슨 시작을 말하는 것입니까. ▲ '변화의 시작(the beginning of change)'을 말합니다. 규제 환경의 관점에서, 기업 구조 개혁의 관점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그리고 정부의 개입 없이도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시장 원리를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현재 이 시점에서 이런 것들은 나타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동안 정부가 시중은행을 소유하는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은행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력이 많았지만, 그동안 시장이 좋지 않았습니다. 최근 시장 여건이 개선됐는데, 지금이 은행 지분을 매각할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까. ▲ 우리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 하는데 대해 권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부채를 매각하고, 은행지분을 처분하느냐 하는 문제를 언급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투자은행의 영역입니다. 그런 일을 해서 그들은 돈을 벌지요.( 웃음) 우리는 정책에 대해 언급할 수 없지만, 어떤 정책이 국가의 부채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서로 다른 정책을 선택하더라도,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언급할 뿐입니다. - 재벌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는 문제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꼭 비판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의 대출 관행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정책을 그렇게 나쁘게만 보지 않습니다. 현재 정부의 안대로 재벌이 정확하게 4% 이내에서 표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면 그렇게 문제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나쁜 정책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시장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을 들었을 때 불안해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관행이 머리 속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표결권에 대한) 제한이 확실하게 시행된다면 나쁜 정책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 회사채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 한국의 회사채 시장은 매우 빈약합니다. 회사채 만기가 매우 짧습니다. 현재 기업들이 만기 3년 이내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2~3년 만기 채권이 대부분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부채를 구조조정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자본금이 취약하지만 생존가능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광범위한 기업 부도가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회사채 시장 발전을 유의 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사채 시장이 발전하지 않으면 정부가 기업 부도를 막기 위해 필연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정부의 도움이 없이도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이 확보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 확보에 대해 말해주시지요. ▲ 투자가들이 편안하게 한국에 투자하고,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와 투명성은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에 투자할 때 한국 기업이 어떻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결심을 합니다. 이런 것들이 IMF 위기 이후 제기된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이슈들이지요. 제가 강조해야 할 부분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주주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활동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들은 권한을 이용하기보다는 제도 개선을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 경제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동의합니까. ▲ 동의합니다. 한국은 위기에서 교훈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은 다른 대안을 선택할 길이 없었지 않습니까.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던게 아닙니까. (웃음) 우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것은 경제위기로 인해 한국이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가속화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개혁이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개혁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세계 경제침체를 맞아 유리한 입장에서 대처하게 됐던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일이 끝났다고 개혁을 중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만 개혁에 필요한 토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보다 유리한 토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지난번 대통령 선거때 한국은 IMF 위기를 맞았습니다. 올해도 대선이 있는데, 선거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까. ▲ 나는 (한국의 선거가) 경제에 불안한 상황이 야기할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말하겠습니다. 선거가 있거나, 정권이 교체될 경우 잠재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킵니다. 누가 정권을 잡을 것인지, (새로운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등에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 모르는 상황이 됩니다. 우리는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를 주시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 정부를 맡을 후보자가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개혁을 이어나가기를 희망합니다. - 남북한 긴장관계 또는 화해 여부가 한국 경제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까. ▲ 우리는 남한과 북한의 긴장관계와 화해 등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에 어떠한 진전도 한국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교류를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 아르헨티나의 사태가 이머징 마켓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 상당량의 부채를 안고 있는 현재의 아르헨티나는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아르헨티나 사태가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려고 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 이웃인 브라질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이머징 마켓을 선호했던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시장이 다소 흔들릴 것입니다. 뉴욕=김인영특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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