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인 투자자 "원금마저 까먹을라" 울상

■ 中 부동산 투기어게대책 시행 현지표정<br>전재산 털어 구입한 아파트등 애물단지 될수도<br>"집값 올라 팔더라도 양도세 오르면 남는게 없어" <br>"시장 당분간 얼어붙지만 중장기론 낙관" 전망도

지난 2004년 말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베이징 왕징(望京) 지역에 아파트 3채를 사놓은 K씨(52)는 요즘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임대수익이 짭짤할 것이라는 권유를 받아들여 한국에 있던 집과 직장에서 나올 때 받은 명예퇴직금 등 전재산을 털어 마련한 아파트가 1일부터 시행된 중국의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 고급 아파트 10여채를 보유한 L씨(48)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최소 월 2,000~3,000달러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동산 개발상의 말에 홀려 호화 아파트를 주로 구입한 L씨는 당초 예상과 달리 임대는커녕 팔리지도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이라면 대출금 상환의 어려움은 물론 원금도 까먹을 형편”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부동산 억제대책이 지난달 11일 발표된 후 부동산시장은 꽁꽁 얼어붙다시피 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급하게 팔아달라는 매물은 많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종적을 감췄다. 한국인들이 중국 부동산에 투자한 총량은 정부와 한국은행에서도 추적되지 않는다. 조일래 한국은행 외환심사팀장은 “국내 거주 개인이 중국 부동산 투자를 할 경우 한은에 부동산 취득에 대한 수리신고를 제출하지만 아직까지 부동산 투자목적으로 신고한 사례가 없다”며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에 부분적으로 잡히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 944만달러에서 올들어 4월까지 1,238만달러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 통계를 근거로 할 때 한국인들은 위앤화 절상에 앞서 실물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최근 6개월 사이 중국에 엄청난 투자를 했음을 파악할 수 있고 이에 중국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경우 한국인들의 투자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찾는 발길은 물론 문의전화마저 뜸해졌다.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인 차오양(朝陽)공원 근처에서 호화 아파트를 분양 중인 A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초 끝난 1차 분양분의 경우 ㎡당 1만5,000~2만위앤(약 180만~240만원)을 불러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최근 시작된 2차 분양에는 문의전화도 거의 없을 정도”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분양가 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경험한 ‘부동산 불패신화’를 앞세워 중국에 몰려온 일부 한국계 ‘묻지만 투자’족(族)들은 이번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당장 가격하락으로 인한 피해도 있지만 앞으로 가격이 오른다 해도 양도세금 증가 등을 감안하면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팔아도 한국으로 송금하는 길이 막혀 있는 것도 문제다. 중국 부동산에 투자한 대부분의 자금들은 정식절차를 거치지 않고 환치기를 통해 중국에 들여왔기 때문에 과실송금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구윈창(顧云昌) 중국부동산협회 부회장은 “이번 부동산 안정대책의 목표는 투기를 근절하는 데 있기 때문에 투기자금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위앤화 절상 등을 노려 중국에 들어온 외국계 단기투기자금에는 어떤 형태로든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시장이 당분간은 얼어붙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의 주장은 우선 중국정부는 물론 부동산 개발상, 구매자들이 가격하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데 기초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 건설업을 하다가 상하이에 눌러 앉은 부동산업자 K씨는 “20일 전만 해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다”며 “한국 사람들의 문의는 여전히 많이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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