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3(수) 18:40
『중소기업이 무슨 담보여력이 있겠습니까. 이젠 담보없이는 수출도 못할 지경입니다』
대구에서 섬유업체를 경영하며 해마다 2,500만달러어치의 섬유의류를 수출해 오던 J공업 金사장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6.29 빅뱅」으로 주거래은행이 대동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바뀐이후 담보를 끌어대느라 회사를 돌 볼 겨를조차 없다.
金사장은 회사건물과 공장 2곳을 담보로 맡기고 무역금융, 당좌대월등으로 100억원정도를 대출받아 쓰고 있었으나, 국민은행이 20%의 추가담보를 요구해 고심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전에는 담보없이도 수출네고(NEGO)에 착수할 수 있었으나, 요즘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수출네고서류가 도착하더라도 국민은행이 미국에 추심해 돌아오는 기간까지 담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심기간은 대략 1주일에서 10일. 金사장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6.29은행퇴출이후에는 담보없이는 달러벌이도 힘들게 됐다고 푸념한다.
부산 사하구 무지개공단에서 알미늄합금괴업체 K사를 운영하고 있는 K사장은 거래하던 동남은행 퇴출이후 자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워 경영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일반대출금은 만기까지 반드시 갚으라는 독촉이 오고, 이전 같았으면 신용으로만 되던 어음할인도 전혀 안됩니다』
K사장은 시중실세금리가 크게 낮아졌음에도 대출금리 21%는 요지부동이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꼬박꼬박 물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입신용장 개설도 힘들어 원부자재수입도 여의치 않다고 K사장은 하소연했다.
6.29은행퇴출이후 3개월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나, 후유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인수은행들의 대출금상환독촉, 신규대출금지, 과다한 담보요구, 수출입금융업무 지연등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중소기업들은 씨가 마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관심이 5대그룹 구조조정으로 쏠려있는 사이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연쇄부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들은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등 6.29빅뱅으로 퇴출된 은행과 거래하던 중소기업들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후유증이 가시기는 커녕 갈수록 심각해지고 장기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 5개 퇴출은행과 거래했던 중소기업은 약 6만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하나둘씩 부도의 문턱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소에 부품을 납품하던 부산 사상구 H금속은 어음할인의 길이 막혀 부도를 냈다. H금속 J사장은 『은행퇴출이후 주변 중소기업 3곳도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역에서는 경기은행과 거래했던 2만여 중소기업중 90%가 인수은행의 횡포로 도산할 것이란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일각에선 인수은행측이 모럴해저드에 빠져 퇴출은행 거래기업중 취약한 기업을 선별해 일부러 부도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퇴출은행의 부실에 대해 정부가 18조원의 특별재원을 풀어 손실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아예 지금 부도를 내는 게 낫다는 것이다.
Y사는 요즘 자금조달규모가 4억원이상 줄었다. 한미은행에서 8월과 9월 각각 어음발행한도액을 2억원씩 낮춰버렸기 때문. 게다가 어음할인한도를 5,000만원이하로 낮춰 자금이 동맥경화상태에 빠졌다. 11년동안 경기은행과 거래해온 Y업체는 9억원이상의 부동산담보를 제공하고 10억원의 어음발행한도를 터놨었다. 그러나 한미은행은 인수후 경기은행이 인정했던 부동산담보가치를 40%~ 50%로 낮춰버려 한도가 대폭 축소돼버렸다. C사장은 『이전 은행에서 100%인정해주던 담보가치를 갑자기 40~50%로 낮추고 나머지에 대해 추가담보를 넣지 않으면 25%의 연체이자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보증도 인수은행에선 무용지물. M사는 최근 우수기술개발로 산업자원부산하 산업정책연구소가 보증하는 첨단기술개발자금 1억원을 추천받았으나 H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 K사장은 『퇴출은행 거래기업이란 이유로 신규대출을 거의 안해주는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K사장은 H은행 산본지점의 수신액은 400억원인데 비해 여신액은 10억원에 불과하다』며 『결국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에 쓰여져야할 자금이 은행의 모럴해저드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은행퇴출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으로 중소기업단기채무의 장기전환 또는 주식전환 대출금과 예.적금의상계처리 금리의 하향안정 신규대출 확대 BIS 자기자본비율 산정및 적용방식의 조정 수입 대지급금의 대출금 전환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퇴출이후 심지어 잘나간다던 벤처기업들도 부도의 위기에 몰려있다고 말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박동석·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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