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1일 박관용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감사원의 회계감사기능을 국회로 이관할 뜻을 박 의장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박 의장에게 이 사실을 밝히면서 “선물을 하나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에 감사원이 대통령의 직속기구로 명시돼 있어 기능이관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감사원 인력을 국회에 파견하거나 국회의 감사청구권을 강화하는 방법 등 우회적인 방법을 아울러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의 기능은 의회 소속으로 돼 있는 미국과 왕실 소속으로 하고 있는 영국, 제4부로 독립기관화 하고 있는 유럽국가 등으로 대별된다. 미국도 의회소속으로 하고 있으나 예산국과 조사국을 함께 둔 독립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감사원의 기능은 독립성 확보가 근간임을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밝힌 기능이관은 회계감사와 직무감찰 등 감사원의 두 가지 기능 중 회계감사 기능은 국회로 옮기고 감사원은 직무감찰 기능만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따로 분리하기가 어렵다. 결국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두 기관이 중복감사를 벌이는 꼴이 된다.
그 동안 국회의 운용행태를 볼 경우 회계감사 기능을 가져간다고 해서 예산 및 결산심의가 정상화 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회의 예산심의는 나눠먹기 식이고, 결산심의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국회 예결위의 상설화가 말 뿐인 현실에서 회계감사 기능이관이 실효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정부예산과 관련한 비리에 행정부 공무원 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연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운영의 파행이 일상화 돼 있는 현실에서 정당의 이해가 대립돼 회계감사 기능을 그나마 마비시킬 우려도 없지않다.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은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문제는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주는 `선물` 식이 아니라 보다 신중한 논의를 통해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국회로 이관한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감사원의 기능을 몽땅 이관하던지 아니면 현재 보다 훨씬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강재만ㆍ한의학박사ㆍ백구한의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