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비만을 유발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효과적인 비만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길을열었다.
경북대학교 허태린 교수(유전공학과) 연구팀은 과학기술부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비만과 고지혈증, 지방간의 발병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IDPc' 라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허 교수팀의 연구논문중 그 일부는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10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18개국에서 특허출원중이다.
기존에 알려진 비만유전자는 주로 식욕조절과 관련된 것으로 비만과 직접적인관련성이 적었으나 허 교수팀이 찾아낸 IDPc유전자는 영양분이 생체 지방과 콜레스테롤로 전환되는 지질합성 대사과정 전반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체지질 생합성.대사과정에서 IDPc가 가장 중요한 핵심효소라는 것은 지금까지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과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생화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정도로 학술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고 허 교수는 설명했다.
또한 이 새로운 유전자의 발견은 새로운 개념의 비만, 고지혈증, 지방간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허 교수는 "생체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합성대사 과정을 동시에 제어하는 비만 유전자로서는 IDPc가 처음 보고된 것"이라면서 "DNA 칩 분석 결과 IDPc 활성을억제하면 지질생합성 대사 및 지방세포 성숙에 필요한 핵심 유전자들의 발현도 효율적으로 억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조합 IDPc 유전자를 수정란에 주입해 얻어진 형질전환 생쥐에서 비만이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비만관련 유전자중에서 최초로 직접 동물생체에서 그 기능이 증명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특히 "비만 외에도 고지혈증.지방간까지 동시에 유발시키는 기능이있는 비만유전자는 IDPc가 유일하다"면서 "이 유전자는 기존에 알려진 비만유전자들과는 작용과 기능, 이용가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팀은 또한 인체 혈액속에서 IDPc 단백질 활성이 증가되면 비만도와 혈중콜레스테롤 수치가 비례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내 IDPc 유전자를 이용해 비만 및 고지혈증을 포함한 복합 대사성 질환 치료제의 개발에 필수적인 원천기술을확보하게 됐다.
비만 및 고지혈증 치료물질의 세계시장 규모는 앞으로 8년 이내에 1천억달러를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 교수는 "아직까지 효율적인 비만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비만및 고지혈증 환자에게서 일반적으로 작용하는 핵심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IDPc라는 새로운 비만유전자와 그 기능이 밝혀짐에 따라 비만 및 고지혈증 치료제 개발에 크게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 동물에서 IDPc 유전자의 활발하게 발현되면서 지방축적량이 증가한다는 점을콩 등의 작물에 적용할 경우 식용유나 바이오 디젤 생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허 교수는 덧붙였다.
바이오 디젤은 현재 유럽에서 대체 에너지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허 교수는 "IDPc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티지바이오텍을 중심으로 경북대 및동국대의 천연물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라면서 "한방 및 국내 자생식물로부터 IDPc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지방축적량을 낮추는 물질을 확인해 이를 이용한 비만ㆍ고지혈증ㆍ지방간 치료용 천연물 신약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허 교수팀외에도 ㈜티지바이오텍, 가톨릭의과대학 류재웅 교수팀및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장규태 박사팀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인간과 대사과정이 가장 유사한 영장류의 비만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국가영장류센터와 협동해 형질전환 비만 원숭이 모델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