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슈퍼스타K2'에 대중들은 왜 열광했나<br>시청자가 직접 선택한 왕따소녀·중졸 수리공 등<br>'엄친아' 제치고 살아남아 공정사회 갈망 채워줘<br>동시간대 시청률도 급등 공중파 위협 경쟁자 부상
| 후보들이 탈락할 때마다, 또 살아남을 때마다 그들을 뽑은 시청자들도 함께 울고 웃었다. '비주류'로 분류되던 사람들이 실력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역전의 묘미는 '슈퍼스타K2'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사진제공=엠넷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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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괴짜'가 TV에서는 '승자'가 됐다. TV 채널의 비주류였던 케이블 방송은 '슈퍼스타K2'를 계기로 주류인 공중파 방송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떠올랐다. 아이돌 가수들에게 밀려 외면받던 실력파 가수들은 대중음악 시장의 반성이라는 화두를 던져줬다.
23일 새벽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슈퍼스타K2는 '비주류의 통쾌한 역전'을 보여준 장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만들어낸 시청자들도 전세 역전을 체험했다. 방송사 측이 생산한 TV 프로그램의 단순한 소비자에 머물렀던 시청자들은 금요일 밤 11시라는 황금시간에 200원의 돈을 내고 ARS 투표에 참여해 스타를 생산해내는 '프로슈머'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서바이벌 경쟁 속 '루저'의 반전=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지원자를 모두 탈락시키는 서바이벌(survival) 방식은 가장 극적인 경쟁구도다. 총 134만6,402명의 참가자 가운데 본선에 오른 사람은 단 11명. 이들 중 투표를 통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후보는 아이러니하게도 왕따 소녀, 결손가정 자녀, 중졸 수리공 등 경쟁사회에서 '패자'로 분류되던 사람들이었다. 피 말리는 경쟁 프로그램에서 '엄친아'보다 오히려 2% 부족한 후보가 살아남는 '반전'이 슈퍼스타K2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현실의 갈망을 쇼가 채워줬다"며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통해 능력 있는 사람은 신분상승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블 VS 공중파=케이블 방송이 등장한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케이블 프로그램은 그동안 공중파를 모방하거나 반복 재생하는 데 그쳤을 뿐 공중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뛰어넘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슈퍼스타K2를 기점으로 케이블 방송은 이제 공중파를 위협하는 경쟁자의 위치에까지 뛰어올랐다.
슈퍼스타K2는 금요일 밤 황금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을 모두 제치고 동시간대 점유율 1위에 올랐으며 매주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프로그램에 직접 참가한 도전자 수(134만6,402명)는 단일 프로그램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시청자 참여 실시간 문자투표는 회당 70만콜을 돌파해 '국민 방송'으로 우뚝 섰다. 또 시즌이 진행되기도 전에 광고가 100% 완판돼 공중파 방송에 우선순위를 두던 광고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도 성공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공중파들이 보여주던 일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한 '투명성'을 케이블 방송이 실현시켰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범람 속 아마추어 실력파의 등장=아이돌 가수들이 TV를 점령한 요즘 음악성 높은 도전자들의 등장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일한 여성으로 남았던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준 김지수는 올해 슈퍼스타K가 발굴한 보석으로 꼽힌다. 또 톱4까지 올라갔던 강승윤은 본선 무대에서 부른 노래 '본능적으로'의 음원을 공개한 후 각종 온라인 차트 1위를 석권해 기존 음악 시장을 위협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최근 대중가요계에서 음악성과 감성을 갖춘 '아티스트형 가수'에 대한 대중의 갈증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맡은 가수 윤종신은 장재인이 탈락한 후 "장재인에게 1위, 2위는 의미가 없다. 비주류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대중들의 취향이 바뀌었다는 뜻"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강유정 문화평론가 역시 "조작적이고 인형 같은 아이돌과 비교해 오히려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향수가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