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지난 달 단기 금융상품 수신고가 14조원이나 늘어나는 등 자금의 부동화(浮動化)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예치된 자금은 부동산시장 주변을 떠도는 등 투기적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자금시장의 불안요인이 증폭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말 현재 은행의 총수신은 587조7,946억원으로 전월말보다 13조3,390억원이 증가, 작년 11월 이후 3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 수신은 작년 12월 4조9,766억원, 올 1월 2,721억원이 각각 줄었었다. 은행수신 가운데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 등 주로 6개월 미만으로 예치하는 단기성 수신 증가액이 8조6,000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60%를 차지했다. 또 지난 달 투신사 수신증가액 6조4,597억원 가운데 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증가액이 5조6,211억원에 이르는 등 단기성 자금이 금융기관으로 대거 유입됐다.
이처럼 금융기관에 돈이 넘치고 있지만 기업의 자금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 달 대기업 대출은 31조3,922억원으로 전월대비 4,681억원 줄었고 중소기업 대출은 232조6,170억원으로 1조8,32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3조9,000억원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됐다.
은행의 가계 대출은 지난달 2조6,674억원이 늘어 지난해 10월 4조2,594억원이 늘어난 후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지만 수신 증가폭을 크게 밑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과 투신사로 유입된 단기성 수신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일종의 `대기자금`이 많다”며 “이러한 성향의 자금이 부동산시장에서 `단타`를 치고 다시 금융기관으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