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0일 방영 '한국의 소리'사회의 발전이 많은 것들을 선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 우리가 잃어가는 것도여러 가지가 있다. 깨끗한 공기와 물, 나지막이 둘러선 돌담, 새벽 안개 너머로 어슴프레 보이는 초가지붕,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하지만 삐그덕거리는 시골학교 풍금소리나 밭갈이하는 소의 숨소리처럼 '사라져가는 소리'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KBS 1TV '환경스페셜'이 오는 6월 20일 방송할 '한국의 소리'는 생활 속에서 만나는 우리 소리만을 찾아내 구성한 다큐멘터리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나레이션을 배제하고 배경음악도 대폭 축소한 채 방영케 된다. 대신 디지털로 찍힌 선명한 화면과 이에 걸맞게 소리만이 한시간 동안 안방극장을 수놓게 된다.
제작진은 지난 99년 환경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가지'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하지만 이들 소리를 담기 위해 치러야 한 대가는 적잖은 것이었다. 그럴싸한 농촌마을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해도 전봇대나 송신탑 등을 피해가기 어려운 것처럼 깊은 산중을 가더라도 차 소리나 비행기소리 같은 인공의 흔적을 배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달이 각종 소음 또한 발달 시켰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된 깨달음이었다.
자연과 생활 속의 소리만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크게 '자연의 소리' '고향의 소리' '현장의 소리'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장대비가 내리는 장마철 풀숲 소리, 새벽을 깨우는 장닭의 울음소리, 새벽 어시장의 경매 소리 등이 프로그램에 포함될 내용.
하지만 뗏목사공의 노젓는 소리, 가을 들녘의 참새 쫓는 소리, 두견새소리 같은 것들은 도무지 찾아낼 수 없어 녹취를 포기해야 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장해랑PD는 "우리네 소리를 찾아가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며 "시청자들에게 바쁜 일상에 잠시라도 휴식시간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