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들 얼굴 원없이 만져보고 싶어"

납북된 아들과 28년만에 만나는 최계월씨


"영남이가 실종된 뒤 내 삶은 사는 게 아니었어요. 금쪽 같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어미의 심정을 누가 알까요." 납북 28년 만에 막내 아들 김영남(45)씨를 만나는 최계월(82ㆍ사진)씨는 상봉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최씨는 26일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요즘은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그간의 회한을 곱씹었다. "정말 내 아들을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네요." 김씨는 28년 전인 지난 78년 8월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군산시 선유도에 놀러갔다 행방불명됐으며 그후 납북 사실이 확인돼 이번 이산가족 상봉단에 포함됐다. 최씨는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온 섬을 헤매고 다녔지만 끝까지 행방이 묘연하자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단념하고 해마다 제사까지 지내왔다. 최씨와 김씨의 누나 김영자(48)씨는 27일 전주를 출발, 28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14차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통해 김씨를 만난다. 김씨의 누나 영자씨는 "근 30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심정이 오죽하시겠느냐"며 "상봉 소식이 전해진 뒤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멍하니 시계만 보며 시간을 보내신다"고 전했다. 최씨는 요즘 영자씨와 함께 북에 있는 아들과 며느리ㆍ손자ㆍ손녀에게 줄 선물을 챙기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항상 손에 차고 다니며 남녘의 가족들을 생각하라는 뜻에서 먼저 시계를 샀고 상비약ㆍ영양제ㆍ화장품ㆍ옷 등도 넉넉히 준비했다. 설렘의 다른 한쪽에는 '이러다 혹시 못 만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아직 남아 있다. 많이 쇠약해진 몸으로 아들을 만난 뒤 밀려들 허탈감과 상실감을 어떻게 이겨낼지도 걱정이다. 최씨는 "아들만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면서 "원 없이 아들 얼굴을 만져 보고 싶은데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딘지 모르겠다"고 조바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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