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권인사] '환란책임' 고위관료 승진 러시

『IMF사태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연말을 맞아 재정경제부, 통합금융감독원, 주요 시중은행 간부급들의 인사윤곽이 드러나자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환란을 몰고온 원인이 경제정책 부재, 금융감독 미흡, 부실금융 누적으로 꼽히고 있는 데, 정작 이같은 부실에 직간접적인 책임을 면키 어려운 당사자들이 엉뚱하게 승진·영전 러시와 낙하산 인사의 구태를 만끽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IMF사태로 대부분 국민들은 실직, 임금삭감, 도산사태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십조원의 혈세를 퍼부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조차 수백만원씩 빚을 떠안게됐다. 이런 판에 고위관료, 감독당국자, 시중은행 임원들은 자리 나눠먹기로 희희낙락하게 됐으니 국민들은 『우리가 왜, 누구때문에 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라며 허탈해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인사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감독원이나 은행권 인사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부분이 알려지며 골격이 드러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정재룡 차관보가 성업공사 사장으로 이동할 것이 확실하며, 남궁훈 세제실장은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낙점된 상태. 또 윤증현 세무대학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자리를 옮기고 허노중 관세심의관이 1급(관리관)으로 승진, 관세청차장으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에서 1급 3명이 빠져나감에 따라 후속 승진인사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鄭차관보 후임으로는 이근경 세제총괄심의관이 승진, 바통을 잇고 김진표 ASEM본부장이 세제실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정건용 금융정책국장도 1급으로 승진, ASEM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금융정책 부문을 총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심판소 소속 국장급 3명도 본부를 떠난다. 이인원 심판관은 예금보험공사 전무로, 이호군 심판관은 BC카드 사장, 이종민 심판관은 국민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긴다. 재경부는 환란책임에도 불구하고 구재무부 시절의 「내 사람 챙기기」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오는 29일 위원회를 열고 새해 1월1일 출범할 통합금융감독원의 임원진 구성을 확정할 계획이다. 부위원장은 이정재 예금보험공사전무가 이동하고, 김상훈 은감원부원장보가 승진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나머지 한자리는 이덕훈 한빛은행 합병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돼 있다. 李부위원장은 이규성 재경부장관의 자문관을 지낸 인연과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한빛은행 합병과정에서 능력을 인정해 발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종남 증감원부위원장은 막판까지 금감원 부위원장을 놓고 경합했으나 신설될 부산선물거래소 신임이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임기인 홍인기 증권거래소이사장의 후임으로 김동관 증권예탁원장이 임명되고 李부위원장이 증권예탁원장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금감위감사로는 신호주 산업은행감사가 내정된 상태. 부원장보에는 보험전문가인 김기홍 충북대교수,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조사부장이 영입 케이스로 내정된 상태. 金교수와 崔부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李위원장의 비선참모로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승진인사로는 정기홍금감위통합기획실장, 강희문 은감원조사1국장, 김영재 금감위대변인이 내정됐다. 김정수 신용관리기금이사는 4개 감독원임원중 유일하게 통합금감원의 임원(부원장보)으로 유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임원자리에는 이병규 은감원 경영지도국장, 김영기 금감원설립위총괄기획팀장, 이갑수 기업공시국장 등이 경합중이다. 현재 4개 감독기구의 임원 15명중 승진 또는 유임되는 경우는 2명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금감위는 능력을 인정받는 퇴임임원에 한해 적절한 자리를 마련해 줄 방침이다. ◆합병은행의 행장이 모두 내정됨에 따라 은행권의 임원 및 간부급 인선작업도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김진만 전 한미은행장이 한빛은행의 초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따른 「행장 연쇄이동」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치·정치금융」과 낙하산인사 논란도 일고 있어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개혁이 퇴색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金행장이 한빛은행장 내정자로 옮긴데 따른 한미은행의 후임 행장은 신동혁 한일은행장 대행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 거론중인 또다른 행장빅딜은 배찬병 상업은행장의 조흥은행장 입성. 조흥은행이 본점을 충청도로 옮길 경우 대전이 연고인 裴행장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에대해 금융계는 정치입김이 반영되는 구습이 반복된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가 자발적 합병의 경우 은행경영진에게 배려를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어서 당연하다는 양론이 맞서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홍세표행장이 증자와 조직개편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구체화한 뒤 용퇴한다는 입장이며 후발은행의 N모행장도 주총에서 용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연초 대대적인 은행장인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빛은행은 임원인사가 다소 늦어져 내주초께 인선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빛은행 임원진중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행장을 제외한 5명의 상임이사. 정부는 이미 상업_한일은행의 현 임원진 대부분이 퇴진할 것이라는 얘기를 흘리고 있다. 김진만 한빛은행장 내정자도 내정 확정후 『개혁의 메시지를 담은 인사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여기에 외부 영입까지 포함할 경우 두 은행의 현 임원중 구제될 사람은 기껏해야 2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한빛은행은 대주주인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비상임이사들이 임원선임권을 가지고 있어 퇴직관료를 위한 낙하산 인사가 재연될 우려도 있다. 국민_장기신용은행간 합병으로 탄생하는 국민은행의 임원 인사는 내주초께 확정된다. 현재 송달호행장과 감사후보, 3명의 공익대표 비상임이사만 확정된 상태. 상임이사 수는 당초보다 줄어 행장 포함 6명. 국민3명, 장기 2명의 구도로 관측돼 대부분 현직임원들은 옷을 벗어야 할 처지다. 【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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