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에 있는 재개발 주상복합 아파트 ‘롯데캐슬 베네치아’ 앞에는 ‘15년 전 가격으로 상가를 분양한다’는 내용의 홍보ㆍ판촉 안내판들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었다. 2008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상가를 분양 받았던 일부 조합원들이 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임대분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체 667개 점포로 구성된 이 상가에서 조합원 몫(255개)을 제외한 일반분양 점포는 412곳이지만 실제 분양은 74개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일반분양률이 18%에 그치며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자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셈이다. 이 아파트 조합의 한 관계자는 “1층 기준 조합원 상가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1,400만원으로 일반분양가(3.3㎡당 2,100만원)보다 저렴하고 사업승인도 1994년에 이뤄져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15년 전 분양가’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들이 낮은 분양률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임대수익률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지만 분양가(3.3㎡당 2,000만~5,000만원)는 여전히 높아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는 총 13곳의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단지 내 상가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상가 대부분은 50~60%대의 분양률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 남대문로 ‘남산트라팰리스’는 13개 점포 중 6곳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고 이달 중 입주를 앞둔 은평구 수색동 ‘수색자이’도 전체 임대ㆍ분양 상가 중 30%가량이 제 주인을 찾지 못했다. A상가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1,000가구가 넘는 일부 대규모 단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배후수요가 작은 편”이라며 “반면 시행ㆍ시공사는 높은 분양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물량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이에 대해 “상가시장에서도 주상복합 상가는 더 이상 ‘효자’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며 “100대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천 송도신도시만 해도 고층부 아파트는 꽉꽉 들어차는데 저층부 상가는 텅텅 비어 있는 상가 공실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 대표는 또 “상가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주상복합 내 점포 역시 입지와 규모를 꼼꼼히 따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